지난 7일 대구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 골목길에서 누군가 동물성 기름으로 추정되는 하얀 액체를 뿌리고 있는 모습이 인근 CCTV에 포착됐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슬람사원 건립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 사원 공사장 앞 골목길에 동물성 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8일 이슬람사원 건축주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0분쯤 누군가 하얀 액체를 골목길 바닥에 흩뿌렸다.

그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는 한 남성이 냄비에 담긴 하얀 액체를 바닥에 20초가량 여러 차례 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다른 1명은 우산으로 얼굴을 가려주는 듯한 행동을 취하며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골목길에서 사라졌다.

CCTV 영상이 찍힌 다음날 사원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물질이 2ｍ가량에 걸쳐 흩뿌려져 있었다.

건축주 측은 "(뿌려진 물질의) 냄새, 그리고 사원 앞에 돼지머리가 등장했던 것을 미루어봤을 때 동물성 기름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고 추후 경찰에도 신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 골목길에 동물성 기름으로 추정되는 하얀 액체가 흩뿌려져 있는 모습. [연합]

한 주민은 "라드(돼지 지방) 같아 보인다. 우리 집이 옛날에 중국 음식점을 했는데 그때 맡은 라드랑 같은 냄새다"라고 말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측은 "우리도 오늘 연락 받고 처음 알았다. 비대위 소속 주민이 아닌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골목길이 사유지인지 공유지인지 등 여러 가지를 조사해봐야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은 올해로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말 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머리 바비큐 파티를 벌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돼지고기 수육 파티를 열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건축주 측이 북구청의 건축 중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공사가 적법하다'며 건축주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