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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日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 “美 반도체 규제 너무 공격적…한일 함께 대응해야”
야스미쓰 오리 라피더스 전무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김지헌 기자] 일본의 반도체산업 리더십 복원을 목표로 설립된 ‘라피더스’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반도체 규제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야스미쓰 오리 라피더스 전무(Senior Executive Officer)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헤럴드경제의 질문에 “지나치게 공격적(too aggressive)”이라며 “라피더스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합작 투자회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IBM과 일본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2027년 2나노 기반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대해 일본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각종 보조금 규제를 내놓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공장 생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을 할 수 없고 기업 재정여력과 현금흐름, 고용계획 등 내부 정보를 전부 공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일본, 대만 등 반도체 주요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야스미쓰 전무는 “과거 미국 규제로 일본 반도체산업이 쇠락했는데 지금 미국이 또 규제로 전 세계 반도체 주권을 가져오려고 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메모리 분야가 약하지만 앞으로 2나노 기반의 로직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한국은 D램 등 메모리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일본의 로직, 한국의 D램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스미쓰 전무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이 반도체시장 협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에 방문하는 등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내 자녀세대가 한국 문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의 토론 참가 패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반도체업계 권위자들이 모여 ‘공급망 위기 속에서 세계 반도체 R&D 협력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김지헌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반도체업계 권위자들이 모여 ‘공급망 위기 속에서 세계 반도체 R&D 협력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야스미쓰 전무와 함께 패널로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다소 지나치다는 데에 동의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기술융합센터장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 조치를 내밀면서 다른 국가들에 협력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봉쇄가 아닌 경쟁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반도체산업 안의 협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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