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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를 찌르는 웃음, 보는 이를 무장해제 시키다
이원우 작가,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展
무거운 돌엔 ‘light’·뒤뚱거리는 바위 ‘balance’
‘트로이잔X’ AI인척 답하고 초상화도 그려줘
힘겨운 세상에 보내는 응원·위로의 웃음코드
이원우, Air words 시리즈. PKM갤러리 전시 모습.

뚱뚱해져 공처럼 부풀어 오른 콜라 캔 앞에선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캔 안의 압축됐던 탄산이 터져나오기 직전의 순간이 만화처럼 표현됐달까. 혹은 콜라를 마시면서도 칼로리 걱정을 하는 나의 모습 같달까. 무거운 돌엔 ‘light’(가벼움)이, 균형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뒤뚱거리는 바위엔 은색의 철판을 달아 ‘balance’(균형)이라고 적혔다. 하이라이트는 AI(Artistic Intelligence)인 척 하는 탈 인형 ‘트로이잔 X(Trojan X)’다. 어설프게 움직이는 발 만 보아도 ‘상황극’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2020년엔 관중들 절반이 속았다고 한다.

이원우 작가

허를 찌르는 웃음으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작가 이원우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17년 ‘내일 날씨 어때?’ 이후 6년만이다.

신작을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를 살짝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작가는 2017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무도장의 분실물 센터’를 열고, 찾아온 관객들이 잃어버린 것을 이야기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특정한 물건을 요청하지 않을까 했는데, 관객 대부분은 상당히 추상적인 것을 말했어요. 예를들면 안타깝게 헤어진 사랑이라던가,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던가 하는 것들.”

‘Heavy light 시리즈

철사와 나무로 아이템 하나를 뚝딱 만들어주는 퍼포먼스는 입소문을 타고 꽤 인기가 있었다. “비슷한 퍼포먼스를 다른 곳에서도 진행했는데, 그때 느낀 것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걱정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전시명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는 작가가 이같은 관객에 보내는 응원이자 위로다. 웃음은 이를 작동시키는 코드인 셈이다. “제가 생각하는 웃음은 역설같은 것입니다. 논리가 파괴되고 실패할 때 웃게 되는 거죠.” 어릴적 꿈이 코미디언이었다는 작가는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 작품들로 대신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고 설명한다.

거울처럼 매끈한 금속판넬 위 시같은 짧은 글귀가 내려앉았다. ‘에어 워즈(Air words)’시리즈다.

AI(Artistic Intelligence) ‘트로이잔 X(Trojan X)’

‘THE SUN IS AN ORANGE’ ‘HONEY I’M HOME’ ‘EVENING AIR’ ‘SATURDAY MOOD’라는 텍스트로 하루 또는 한 주의 단편들을, ‘SPRING JUMP’ ‘SUMMER DANCE’ ‘FALL FLASH’ ‘WINTER CAKE’로 봄부터 겨울까지의 속도와 무게감을 전하고, 이로써 관람객은 순간과 하루, 계절에 대한 각자의 기분을 문뜩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탈 인형 ‘트로이잔 X(Trojan X)’를 만날 수도 있다. 묻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AI로, 가끔 질문한 사람의 초상도 그려준다. 복잡하고 어려워 여유를 잊고 사는 동시대 관객들에게 작가는 ‘웃음’을 선물한다. 짧은 웃음이라도, 그것이 주는 오감의 환기가 새롭게 느껴진다. 3월 25일까지.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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