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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 봐서 유명학원 등록은 기본…초등 한명 사교육비 최대 200만원 나가기도”
선행학습 위해, 사교육은 필수
유명학원 경쟁률 높아, 재수하기도
“공교육 역할 줄어들고 있어”

일상회복 속에 '코로나 세대'의 학습결손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중·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 영어·수학보다는 국어과목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가팔랐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 기자]“선행학습을 위해서는 사교육은 필수다. 초등학생 1명 정도 학원비로 한달에 최대 200만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8일 본지 인터뷰에 응한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공통된 답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하면서 사교육비 지출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지면서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는 특히 크다. 사교육에 발을 들이지 않았던 초등·중학생도 학원을 다니면서 사교육 참여율도 증가했다. 학원을 들어가기 위해, 따로 시험을 치르고 유명 학원 등록을 위한 수개월간 대기는 일상이다.

강남 대치동에서 초등학생 자녀 3명을 키우는 오모(40)씨는 한 달 자녀 사교육비로만 200만원을 쓴다. 자녀 3명 모두 국어영어와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는 논술학원 , 3학년과 1학년인 둘째와 셋째는 축구나 발레 같은 생활체육 학원을 다닌다.

오씨와 같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자신의 월급 절반 가량을 사교육에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나는 선행학습 때문이다. 오씨는 “최근 대입에서 수능이 중요하고,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수학·국어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국어·논술 학원 고민을 하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가초등학교 앞에서 경찰이 ‘새 학기 등교 스쿨존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

유명 학원은 등록과정에서 자체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수개월간 대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이모(45)씨의 초등학교 4학년 자녀는 6개월 대기 끝에 영어학원을 등록했다. 이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수학학원을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치는데 재수는 기본이다”며 “초등학생 자녀 2명에 학원비에만 11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 시장 수요에 따라 지난해 초등학교의 사교육비 총액은 11조 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1% 늘었다. 2021년 증가율 38.3%에 비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늘고 있는 추세다.

맞벌이 부부라 겪는 ‘돌봄 공백’도 사교육비 지출의 원인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 1명 한 달 사교육비가 200만원인 김모(42)씨는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줄넘기·축구·수영과 같은 체육 학원, 미술·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자녀들이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보다 생활체육 학원을 다니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도 “배우자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도 돌봄 공백은 반드시 발생한다”며 “돌봄 교실이 있다 하더라도 맞벌이 부부에게 학원은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도곡초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 김영철 기자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체육·음악 과목 학습결손, 돌봄 공백 우려가 커지면서 예체능 사교육비는 다른 교과목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예체능 및 취미 사교육비는 초등학생이 15.8%, 중학생이 31.9% 증가했다.

이 외에도 뒤쳐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공교육 한계 등 다양한 이유로 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에 지갑을 연다. 초등학생 4학년 자녀를 둔 이모(43)씨는 “남들처럼만 보내는 수준인데 영어,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고, 국어학원을 고민 중이다”며 “혼자 두면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교육에 소홀해질까봐 학원에 의지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공교육에 한계를 느끼는 부모들이 많아 당분간 증가세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경우 전체 학생 기준으로 2021년 36.7만 원에서 2022년 41만 원으로 11.8%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으로도 2021년 48.5만 원에서 2022년 52.4만 원으로 7.9% 상승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장은 “학교에서 확실히 공부시켜 준다면 그나마 사교육비 여파가 덜할텐데, 공교육의 역할은 더 줄어들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자기 돈 들여 양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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