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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급되면 바로 처방, 한 정당 5000원" SNS 식욕억제제 판매상 접촉해보니
SNS서 판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판매
‘나비약’ 디에타민 의뢰하자 30분만 답장
식약처 상시 모니터링하지만 게시글 차단뿐
지난해 8445건 중 16건만 수사기관 의뢰
트위터에서 디에타민을 판매하는 계정에 기자가 구매를 의뢰하자 돌아온 답변.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입금하시면, 바로 처방받으러 갑니다.”

일명 ‘나비약’이라 불리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판매한다는 트위터 계정에 기자가 직접 구매를 의뢰하니, 30분만에 “가능하다”는 답장이 왔다. 가격은 한 정당 5000원. 약국에서 사는 가격보다 3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거래내역을 인증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판매자는 곧바로 과거 구매자들로부터 입금 받은 내역을 보내왔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왔던 여성이 지난달 28일 제주도에서 대낮에 차량 6대를 들이받아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온라인상에선 여전히 마약류 식욕억제제 불법 판매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헤럴드경제가 살펴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선 디에타민 판매를 홍보하거나 구매를 의뢰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중 일부 계정에 구매를 의뢰하니 1시간 안에 답장이 돌아왔다. 구매자가 먼저 입금한 뒤, 직거래나 택배거래를 통해 약을 받는 방식이다. 한 판매자는 약의 출처를 묻자 “내과에서 직접 처방받았다”며 “직거래를 원한다면 부산역 인근에서 가능하다”며 구체적 장소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담배와 술을 포함해 디에타민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계정도 있었다.

식욕억제제를 온라인에서 개인이 판매, 구매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의료적 이유로 감량이 필요한 중증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으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특히 만18세 미만 청소년은 비만 치료 시 식사와 운동요법을 우선하도록 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을 수 없다. 식욕억제제에 포함된 펜터민 등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마약 성분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를 높은 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할 경우 극도의 피로와 정신적 우울증, 심하게는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복용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 혹은 의사 처방과 관계없이 식욕억제제 복용을 원하는 성인들이 SNS를 통해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 의원에서 식욕억제제를 다량으로 처방받은 판매자가 불법으로 유통하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만 128만명이 식욕억제제 2억4495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명당 약 191알이다. 가장 많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던 환자는 의료기관 1곳에서 18번에 걸쳐 9000알을 처방받았다.

디에타민 가격은 처방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통상 한 달 분에 5만원가량이다. 디에타민 적정 복용량은 하루 1정으로, 하루에 약 1600원꼴이다. SNS에서 디에타민이 정당 5000원에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식약처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판매자 적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식약처는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식욕억제제를 판매·광고한 게시글을 차단하고, 이중 3회 이상 반복적인 경우는 수사기관에 판매자 정보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2020년에는 3605건을 적발했지만 한 건도 수사를 의뢰하지 못했다. 2021년엔 6165건 중 26건을, 지난해엔 8445건 중 16건을 의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글은 사진이나 연락처 등 수사를 위해 판매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며 “단순히 판매 게시글만 차단하는 것을 넘어 계정 자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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