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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값 아끼러 핫플 대신 ‘신촌 오뎅바’” 직장인 들어찬 대학가
고물가에 주류 값 인상도 역대
핫플레이스 대신 값싼 대학가로
지하철 이용객 강남역↓ 신촌·회기·안암↑
저렴한 술집 찾아 원정도 마다않아
[123rf]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작년만 해도 직장 다니는 친구들 만나면 무조건 연남동 가서 와인 마셨어요. 요즘에는 바로 옆에 있는 신촌 대학가로 갑니다. 연남동은 2명이서 술을 마시려면 아무리 싸도 1만 7000원짜리 세트 안주부터 시켜야 하는데, 신촌 오뎅바는 1500원짜리 오뎅 6개만 시켜도 되거든요.” (30대 직장인 김모씨)

퇴근 후 술 한 잔이 부담스러운 시대, 직장인들이 대학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직장 인근에서 벗어나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신촌, 회기, 안암 등을 찾는다. 지난해 전반적인 물가 인상에 더해 술값까지 비싸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안암역·회기역 등 대학 인근 역사의 유동인구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반면 강남역 등 직장인들의 전통적 회식 장소 유동인구는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IT 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31)씨는 집 근처 성신여자대학교 근처에서 술을 마시는 횟수가 잦아졌다. 박씨의 직장은 강남역 인근, 그는 “회사가 논현, 압구정에 있는 친구를 만날 때도 집 근처에서 보게 된다. 대학가와 집 근처는 직장인 대상 술집보다 저렴한 데다 귀가도 편해 1~2주에 한 번은 성신여대 근처 술집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강남은 점심값도 무서울 정도”라며 “휘발유, 경유값은 떨어지는데 직장인 연료인 술값, 밥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하소연 했다.

직장인 한모(32)씨 또한 최근 대학 동기들과 약속 장소로 출신 대학인 경희대학교 인근으로 잡았다. 박씨는 “직장인 강남 근처는 맥주 1병 9000원, 소주는 6000~7000원 정도다. 3~4명이서 한 잔씩 하다 보면 술값만 10만원 가까이 나오는 경우가 꽤 된다”며 “아직 대학교 인근은 소주 1병에 4000원인 곳들도 있다고 들었다. 추억도 나눌 겸 대학교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저녁 시간대 직장인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역 유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대학가는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공공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1, 2월 오후 6~8시 기준 강남역 승하차 인원은 지난해 139만 7293명에서 올해 114만 5870명으로 25만 1423명(17.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학가인 신촌역(2호선) 40만 3397명에서 51만 8162명으로 28.44%, 안암역 10만 2647명에서 12만 5723명으로 22.48%, 회기역(중앙선) 23만 6627명에서 28만 1246명으로 18.85% 증가했다. 대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었던 온라인 강의를 줄이고, 출석을 정상화 한데다 저녁시간대 직장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유동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는 아니더라도 저렴한 곳을 찾아 기꺼이 ‘원정’을 감수하는 이들도 많다. 직장인 최모(29)씨는 최근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술집을 발견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 중이다. 대부분 안주 값이 1000~2000원 사이다. 가장 비싼 안주가 만원이다. 최씨는 “2~3달 전 소주값이 오른 이후 부담이 돼 저렴한 곳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다. 요즘 대학가도 소주 1병에 6000원인 곳이 흔한데, 술값도 3000~4000원 수준이라”며 “거주지는 마곡역, 직장은 선릉역이지만 ‘선유도역’까지 찾아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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