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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머니’의 개도국 유혹, 더 강하고 교묘해진다
시진핑 3기, 글로벌개발이니셔티브 공식화
‘부채의 덫’ 비판 일대일로, 다자주의로 탈바꿈
개발기구 의결권 확보…개도국, 中 눈치 볼 판
2010년 중국의 차관을 받아 개항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이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10년 간 진행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보다 정교하고 교묘하게 강화할 채비를 마쳤다. 국제 개발 기구들을 활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면서도 차관을 올가미 삼아 개도국을 속국화한다는 비판을 피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제 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한 정부 업무 보고서에서 글로벌 개발이니셔티브(GDI)를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와 함께 시진핑 3기 체제의 외교정책으로 공식화했다.

GDI는 지난 2021년 유엔 총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은 개발을 글로벌 거시 정책의 의제로 삼고 글로벌 개발의 공헌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데 따라 시작됐다. 개도국의 바람직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환경 파괴 및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 중심’, ‘고품질’, ‘녹색 및 혁신 주도’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3년 간 30억달러를 개도국의 방역과 경제·사회적 회복에 지원한다. 이중 10억달러는 남남협력원조기금을 통해 50여개의 개도국 및 저개발 도상국가를 대상으로 100여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개도국 지원 정책을 다자주의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중국이 2013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두고 GDI를 새롭게 제시한 것에 대해 브래들리 파크스 윌리엄앤드메리 칼리지 원조데이터연구단장은 “비판이 커진 일대일로를 새롭게 브랜딩하려는 중국의 속임수”라고 꼬집었다.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도국에 부채 급증이라는 ‘폭탄’을 안겼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난 2013년 이래 9620억달러(1240조원) 규모를 전세계 국가에 인프라 건설을 위한 차관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 인프라에서 적자가 누적된 지원 대상국가들이 연이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2022년 중국이 공여한 해외 차관의 60%가 현재 재정난을 겪는 국가에 제공됐다. 이 수치는 2010년 5%에 불과했었다.

지난해 4월 스리랑카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자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차관이 투입된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99년 간 넘겨받았다. 중국에 진 부채 비율이 높은 파키스탄과 잠비아, 수리남도 위기가 고조됐지만 돈을 빌려준 중국 국책은행들은 상환 유예 및 부채 조정 요구에 인색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같은 행위가 당초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던 전략적 목표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브래드 세서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선임 고문은 “대출을 제공할 때는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전액 상환을 고집하면 친구를 잃게 된다”면서 “중국 주요 국책 은행의 재정적 이익이 외교적 이익과 상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국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자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개발 기구를 압박해 자국 은행 대신 재정 위기에 빠진 개도국의 부채를 탕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마크 소벨 전 IMF 미국 대표는 “중국의 주장은 자국의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양자 간 대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또다른 지연 전술”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중국은 10여년 간 세계 은행(IBRD), 유엔 개발 계획과 같은 다자간 개발 기구와 기금에 대한 재량 기부금을 4배 이상 늘렸고 거의 모든 국제 금융기관(IFI)에서 빠르게 의결권을 확보했다. 반면 미국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이 GDI를 앞세워 개발 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지원을 받으려는 개도국은 중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면 지원을 받은 국가가 재정 위기 등을 겪어도 부채 문제 해결을 개발 기구에 떠넘길 수 있게 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개발 지원 과정에서 수혜국의 거버넌스와 인권을 분리하려는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둘 경우 개도국에서 독재 정치가 부상하는 것을 부채질 할 것”이라며 “(미국은) IFI에서의 의결권을 되찾고 핵심 리더십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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