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중 양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 문제에 이어 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4월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차이 총통이 4월 초 중미 지역 순방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와 뉴욕도 경유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차이 총통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두 사람의 회동도 여기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차이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면 이는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차이 총통은 당시 카리브해 4국 순방 중 뉴욕과 덴버 등을 경유했으나 정계 고위 인사와의 면담은 없었다.

백악관은 차이 총통의 방미 추진 보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에 “나는 대만이 총통의 어떠한 순방에 대해서도 발표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대만 총통은 과거 미국을 찾은 바 있고, 자세한 사항은 대만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과 대중국 강경파인 매카시 하원의장간 회동이 이뤄질 경우 중국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현직 미국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사실상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하면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은 당시 미국과의 대화 채널도 중단하면서 미중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표면적으로는 대화 모드를 가동했지만 지난달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가 발생하고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차이 총통이 미국 본토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면담하고 미국 정부가 경유 허가 등을 통해 이를 사실상 용인할 경우 미중간 대립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는 긴장 수위가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T는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은 중국의 공세적인 반응을 피하고자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대신 차이 총통이 방미했을 때 캘리포니아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매카시 의장은 대만 방문 계획을 밝혔으나, 방문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중국 언론에서는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인민해방군이 사전에 대만을 포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보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