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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의 성(性) 아닌 평범한 시민!” 외친 트랜스젠더 앵커, 살해 협박까지
파키스탄 최초 트랜스젠더 앵커 마비아 말릭 [트위터]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우리 커뮤니티는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어떤 성차별도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제3의 성이 아닌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고 평범한 시민으로 여겨져야 합니다.” (BBC와의 인터뷰 中)

파키스탄 최초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앵커로 활동해온 마비아 말릭(사진)이 현지에서 무장한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서 그녀가 외쳤던 주장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4일 미국의 성소수자 관련 뉴스를 전달하는 워싱턴블레이드에 따르면 말릭은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의 약국을 방문한 후 집으로 돌아오던 중 두 명의 무장 괴한이 가한 총격을 받았지만 가까스로 피하며 심각한 부상은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릭은 경찰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성소수자를 위한 권리 운동을 해온 것이 암살 시도를 당한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말릭은 이번 협박에 앞서도 위협적인 익명의 전화 메시지를 받았고,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자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와 물탄 등으로 이사를 반복하기도 했다.

말릭은 지난 2018년부터 현지 방송 코헤누르에서 프로그램 앵커를 맡아왔다. 채용 당시 코헤누르의 소유주인 주나이드 안사리는 VOA(미국의 목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말릭은 젠더 이슈가 아니라 그가 가진 가치로 뽑혔다”고 밝혔다.

앵커가 되기 전 말릭은 모델로 일하던 당시 메이크업을 공부하면서도 라호르 소재의 대학에서 저널리즘 및 시민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학업에 집중한 결과 현재 앵커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파키스탄 트랜스젠더 첫 앵커란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말릭은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지속 냈지만 인구의 97%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에서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말릭 또한 “다른 트랜스젠더들처럼 나도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가족들은 내가 모델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가 뉴스 캐스터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성소수자 간 연애나 결혼은 불법으로 취급된다. 심할 경우 징역형 처분을 받거나 치료라는 명분으로 각종 향정신 의약품이 처방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2018년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제정됐던 형법 377조에 기반해 동성 간 결혼을 시도한 이들에게 최고 징역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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