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안녕하세요, 고객님. 오큘러스 퀘스트2 VR팩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2의 2차 물량이 품절되었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3월. SK텔레콤이 당시 페이스북(현재 메타)과 손잡고 국내에 VR(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를 출시할 때만 해도 시장에 물량이 풀리기가 무섭게 완판됐다. 1차 물량이 3일 만에 다 팔리더니 2차 재입고 물량은 4분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3차 물량 또한 2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며 그야말로 가상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는 지적과 함께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가상 현실 시장 수요가 예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서 VR헤드셋 판매도 시들해지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은 주력 상품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 모델 가격을 기존 1499.99달러(195만원)에서 999.99달러(130만원)로 500달러(65만원) 내려 판매한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가격을 3분의 1 할인하는 것이다. 보급형인 메타 퀘스트2 모델 또한 70달러(9만원) 내린 429.99달러(56만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오는 5일부터, 그 외 다른 지역에서는 15일부터 할인된 가격이 적용된다.
메타는 “우리 목표는 항상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VR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저렴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시장의 평가는 냉랭한 편이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메타 퀘스트 프로를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VR헤드셋 판매량이 감소한 것도 메타가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년 동안(지난해 12월 기준) VR헤드셋 판매량은 2% 줄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AR(증강현실)기기와 함께 12% 이상(지난해 기준)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가상 기기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
이는 메타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메타는 지난해 1년간 메타버스 기술을 구축하는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에 137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21억6000만달러에 그쳐 전년도 22억7000만 달러 대비 줄어들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 메타는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감축한 데 이어 최근에 2차 구조조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가상 기기 시장 부흥 기대 요소로 애플이 내놓을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꼽고 있다. 애플은 이 헤드셋을 올해 6월 열리는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공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개 시기가 지난해 6월→올해 1월→4월→6월로 계속 미뤄지는 등 일정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애플은 이 기기를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판매 시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