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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간 1000억대 기술 유출범, 환상 팀워크로 잡았죠”[기술도둑 꼼짝마]
특허청 기술경찰 인터뷰
김지언 수사관 반도체 웨이퍼 기술 유출 사건 총괄
변리사, 변호사, 박사 등 기술 전문가 총출동
잠복근무로 구속 증거 잡아내
이형원 팀장 “특허청, 국민 권리 보호 앞장”
20일 대전광역시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이형원(왼쪽부터) 팀장과, 김지언 수사관, 최승진 수사관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대전)=박지영 기자]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기술 유출 정황이 계속 발견돼 정말 급박했죠. 그때마다 다른 팀에서 ‘지원 사격’을 해줘서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김지언 기술디자인 특별사법경찰과 수사관은 특허청 기술경찰 성과의 제1등 공신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화학, 전기 등 과학 기술 전문가부터 박사, 변호사, 변리사, UN 평화 유지군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수사관이 모여 ‘국부 유출’을 잡아내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총 112건의 산업기술이 해외에 유출됐다. 피해 규모만 26조1000억원. 산업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술이다. 영업비밀 침해도 심각하다. 산업기술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기업이 보유·관리하는 기술과 정보다.

특허청 기술경찰 특허·영업비밀·디자인수사팀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술 유출·침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본격 출범했다. 수사를 해본 적 없는 22명의 공무원이 단 3년 만에 최소 2000억원이 넘는 기출 유출 방지 성과를 올렸다. 지난달 20일 헤럴드경제가 현장에서 뛰는 기술경찰을 만나 기술 유출 현실을 직접 들었다.

“화학 기술 전문가가 바로 옆자리에”…협업으로 잡았다
“중국 간 1000억대 기술 유출범, 환상 팀워크로 잡았죠”[기술도둑 꼼짝마]

김지언 수사관은 지난해 9개월 동안 수사를 지휘, 중국에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기술 유출을 시도한 6명을 검거했다. 중견기업 A사와 대기업 B, C사의 전·현직 직원과 연구원 등이다. 이들은 지난 1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김 수사관은 “첫 시작은 중국 업체로 이직한 중견기업 A사 연구원 2명에 대한 수사였다”며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전반적인 기술 유출을 설계한 주범, 브로커, 추가 유출자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유출된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국가핵심기술, 첨단기술이었다. A사에서 발생한 피해액만 1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에서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 구속을 통해 추가 경제적인 피해를 차단할 수 있었다.

20일 대전광역시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김지언 수사관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김 수사관은 “특허청에서 경찰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낯선 업무를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팀원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허청 기술 경찰의 강점은 기술 전문성이다. 기술디자인 특별사법경찰과는 기계팀, 화학팀, 전기팀, 디자인팀, 수사기획팀 등 관련 분야별로 나뉘어있다.

김 수사관은 “이번 수사는 화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증거 자료를 검토하며 유출 기술 중요성을 판단하거나, 추가 유출 가능성을 점검할 때 화학팀 소속 수사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의 전문성도 남다르다. 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기술 문서, 행정 문서, 법조 문서는 각각 논리 구조, 표현, 양식이 모두 다르다. 기술 범죄는 이를 검사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판례를 분석해서 증거물과 관련 법을 연결시키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로스쿨 공부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잠복 근무 중 포착한 증거…‘구속’ 결정적 증거
20일 대전광역시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최승진 수사관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이번 사건은 특허청 기술경찰에서 최초로 구속에 성공했다는 점도 큰 의미를 지닌다. 해외 도주 우려가 높은 피의자들을 구속, 추가 피해를 막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틴 잠복 수사 덕분이다.

잠복 수사 1등 공식은 최승진 수사관이다. 증거 은닉 정황을 수사 과정에서 포착했다. 최 수사관은 “UN평화군에 소속돼 파병된 경험이 끈기가 필요한 잠복 근무에 도움이 됐다”며 “빈 쇼핑백을 들고 나간 피의자가 집에 돌아올 때는 묵직한 쇼핑백을 소지하고 있는게 의심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쇼핑백에는 기술 유출 정황이 담긴 문서가 있었다”고 전했다. 기술 유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거를 숨기는 장면을 제대로 짚어낸 것. 최 수사관은 “발로 뛰면서 국가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기술경찰이 돼 제대로 ‘소원 성취’ 중”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포착된 증거물을 바탕으로 구속하는 과정에서는 김 수사관의 경력이 도움이 됐다. 김 수사관은 “인신구속은 절차적으로 꼼꼼히 살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유출된 영업비밀이 구속될 정도의 것인지, 해당 행위가 증거 인멸인지 등을 절차적 문제 없이 소명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국민 옆의 특허청…더 많이 찾아주길”
20일 대전광역시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이형원 팀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특허청 기술경찰들은 더 많은 국민들이 특허청을 찾아주길 바라고 있다. 기술경찰은 산업기술, 영업비밀 뿐만 아니라 디자인 특허, 디자인권 침해 등 소위 ‘짝퉁’ 수사도 담당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특허청의 데이터베이스는 영업비밀, 특허 등 개별 국민과 기업이 보유한 각종 기술 관련 정보를 망라하고 있다”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피해 기업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숨겨진 피해도 잡을 수 있다. 기술 관련해서는 특허청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고 자부했다.

이형원 기술디자인 특별사법경찰과 수사4팀장은 “권리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각 지역 경찰 등 찾을 수 있는 곳이 많지만 특허청도 있다는걸 꼭 알아줬으면 한다“며 “특허청은 국민의 권리와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단과 역량을 갖춘 전문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지정 관할이 없어 전국을 누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 팀장은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하면 피의자 인근 경찰서가 관할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피의자가 살고 있는 부산까지 가서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불편이 발생한다”며 “특허청은 전국 관할이기 때문에 고소인, 피의자를 저희가 직접 찾아간다. 고소인에게 보다 편리한 수사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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