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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도 앞바다서 홍어 잡아 집으로 갔다 주세요” ‘배달’이 가능해?
파도상자에 올라온 어부가 잡은 홍어 모습[파도상자 갈무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주 뒤 아버님 생신인데 특별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서요. 가끔 흑산도 홍어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주문합니다.”

흑산도 홍어가 우리 집 앞으로 온다. 흑산도가 맞을까? 증거도 있다. ‘현지 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바로 먹고 싶다!’. 이런 욕구를 간파한 청년 사업가가 있다.

지난 2019년 공유어장을 설립한 유병만 대표(45)는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이 회사를 창업했다. 원래는 어부로 살고 싶어 귀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부의 삶을 곁에서 보고 불만이 생겼다. 어부는 매일 잡히는 수산물의 양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격도 자기가 정하지 못한다. 도매업자 등과 협상을 해야 한다.

많이 잡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상품을 버려야 한다. 유통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수익도 들쭉날쭉이다.

소비자도 불만이다. 신선한 수산물을 먹고 싶지만 몇 단계 유통 과정을 거쳐 오는 상품은 아무래도 신선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원산지도 믿을 수 없다.

유병만 공유어장 대표[해양수산부 어서오션TV 갈무리]

공유어장이 만든 수산물 직거래 플랫폼 ‘파도상자’는 선주문 후 조업을 하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냈다. 소비자는 원하는 수산물이 있으면 우선 결제한다. 그럼 해당 지역 어부가 조업 요청 알림을 받는다. 어부는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조업 가능 여부, 조업 개시, 조업 완료 단계를 알려준다. 어부는 바다와 날씨 상황에 따라 조업가능, 조업관망 중, 조업불가 등의 조업 상태를 알린다.

보통 주문 결제 후 조업 완료까지는 최대 2주가 걸린다. 만약 조업이 안되는 상황이면 환불된다.

현재 제주도 이외에 남해안, 동해안, 서해안 등 전 지역 48개 어장, 100여명의 어부가 참여 중이다.

공유어장 관계자는 “소비자는 직접 현지에서 잡힌 수산물을 신선한 상태로 받아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어부들도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직거래로 유통하니 수익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조업 현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산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업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건 덤이다. 한 소비자는 “기상 상황, 조업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알려주니까 마치 내가 조업을 하는 듯한 설렘과 쾌감을 느낍니다”라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실제 어부의 조업 장면[파도상자 영상 갈무리]

이런 독특한 서비스 덕분에 공유어장은 직원 수 7명에 매출 9000만원의 작은 기업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21년 초기 기업 투자사인 크립톤으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고 이듬해에는 10억원의 프리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투자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 빅베이슨 케피탈과 서울대 기술지주가 참여했다. 2021년에는 한진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유망 스타트업으로 발굴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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