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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업계 “조금만 경력 있어도 연봉 1억”
의대 쏠림 심각...수요보다 공급 부족
업계간 인력경쟁 심화 몸값 천정부지

“쓸 만한 인재들은 다 의대로 쏠리니, 신규 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경쟁 업체에서 사람을 구할 수밖에 없고, 직원 몸값이 높아지니 경영은 더 힘들고요.”

한 중소 바이오업계의 하소연이다. 악순환의 시작은 결국 우수한 대학 졸업 인재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K-바이오’ 성과를 자랑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의과대학 쏠림 현상’이 가중되면서 점점 더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에서 필요한 대졸자는 주로 생물학, 화학, 생명과학 전공자들이다. 최근엔 바이오산업 성장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 제약바이오학과, 생명바이오학과 등이 신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바이오업계 신설 학과 역시 아직 원활히 졸업생을 배출하기엔 역사가 짧고, 이들까지 고려해도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필요한 바이오산업 인력을 11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바이오업계에서 일하는 인력은 4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바이오산업 인력 육성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한국형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K-NIBRT)를 설립했다. 2020년에 설립돼 현재 시범 사업 중인 단계다.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이를 통해 인재를 수급받기까진 상당 시간 소요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책이 더 시급하다. 의대로 쏠리는 이공계 인력을 설령 지금 바로 바이오 전문인력으로 키운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 배치하려면 학부 전공 수준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기업에 취업하는 인력도 대부분 석·박사급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에선 대부분 이론 위주의 수업이 이뤄지고 실습은 2~3학기 정도만 진행된다”며 “학부과정 4년만으론 이해하기 힘들고, 결국 회사에 들어와 최소 반년 트레이닝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분야”라고 전했다.

인재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데 인재 수요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업체는 해마다 대대적으로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엔 롯데도 삼성바이오와 같은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연히 직원 충원도 급증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직원이 전년 대비 510여명 늘었다. 향후 송도 5~6공장을 추가할 예정이라 채용인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모든 직군에 대해 직원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신규 인재 충원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동종 업계 간 인력 경쟁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바이오업계는 수년간 인력 유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인력이 이동하면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신생 바이오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경력 인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직원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소 바이오업계에선 부담하기 힘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금만 경력이 있어도 연봉 1억원은 기본”이라며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경험자가 없다 보니 외국에서 전문가를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대학 진학부터 의대 등으로 인재가 빠지니 실제 능력에 비해 몸값에 거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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