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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료 낮췄지만 철수하는 점포들...헬리오시티 상가 악전고투
입주 5년차 헬리오 단지내 상가 가보니
고분양가→고임대료→공실률 상승→임대료 하락
공실률 줄었지만 수익률 떨어져 폐업 악순환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모습. 1층에 위치한 공실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신혜원 기자

입주 5년차를 맞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9510가구 규모의 매머드 단지인 만큼 단지내 상가의 규모 또한 612개실에 달할 정도로 초대형이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의 단지내 상가 상권 활성화의 어려움은 이곳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높은 분양가→고임대료→공실률 상승→매매가와 임대료의 동반 하락의 악순환이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상가 일대는 입주 직후 50%가 넘는 공실률로 ‘유령상가’로 불렸던 때와 비교하면 입점 점포 수가 늘어난 모습이었다. 고금리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가 및 임대료가 하향 조정되면서 입점 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입점 1~2년여 만에 철수하는 점포가 많아 아직 상권이 안정화 궤도에 오르지는 못한 모양새다.

실제 임대료가 비싼 상가 1층 전면과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를 잇는 지하 통로 구역, 유동인구가 적은 지하1층 일부 구역 등은 여전히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송파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정문 옆 5층 규모 상가(1-A) 1층 전면부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는 공실이 4~5곳이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보니 복도 양쪽에 위치한 18개 점포 중 8곳이 공실인 구역도 있었다. 투자 수요가 높은 편인 지하 통로의 경우에도 10여 곳의 점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입점 업종의 편중이 특히 심각하다. 상가 입점 점포 대다수가 부동산 중개업소다. 헬리오시티 단지 정문 쪽 3층 규모 상가(1-B)의 경우 1층에 위치한 20여 개 점포 중 13개가 중개업소였다. 요식업 점포는 3곳에 불과했다.

헬리오시티 상가관리센터 관계자는 “현재 상가 공실률은 10% 미만 수준”이라며 “얼마 안 돼 빠지는 점포들도 있긴 한데 금방 채워지긴 한다”고 전했다.

헬리오시티 상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은 ‘공실률이 나아지곤 있지만 수익률이 떨어져 폐업하는 점포들이 부지기수’라고 상가 분위기를 전했다.

입주 초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지속적으로 빚어졌던 헬리오시티 상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시장 침체와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분양가 및 임대료가 3~4년 전에 비해 40~50% 가까이 하락했다. 높은 분양가를 겨냥한 수익률로 책정된 비싼 임대료로 입주 초에는 공실률이 높았지만 점차 임대료가 하향 조정됨에 따라 자연스레 빈 점포도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공인중개사 A씨는 “상가 1층 전면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만원 정도이고, 후면은 보증금 1억원에 250만원 선”이라며 “입주 당시에는 1층 전면 같은 경우 1억원에 1100만원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임대료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매가격도 1층 33㎡(10평)짜리 점포가 26억원 하던 게 19억원까지 내려왔다”며 “초기에 손님이 상가 분양 받으러 오면 받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입주 초창기에는 워낙 상가들이 비싸게 나갔어서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기대 심리 때문에 임대료를 잘 안 내렸다”며 “평당 40만원~50만원씩 임대료를 달라고 하던 분위기도 이제는 평당 20만원~30만원 정도로 낮아졌다. 층수, 평수 상관없이 임대료가 40% 정도는 내려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공실률 감소에도 상가주 입장에선 대출이자 부담 증가, 낮아진 임대료로 인한 수익률 하락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상가 세입자 또한 대출이자와 더불어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헬리오시티 상가 공인중개사 C씨는 “입주 초 전용면적 25㎡짜리 점포를 6억원에 분양받은 분이 있는데 1년 가까이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팔려고 내놨다. 대출이자나 관리비 등 계산하면 8억원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C씨는 또 “여기서 폐업은 너무 흔하다”며 “반찬 가게든 카페든 주민들이 몇 번 방문해서 단골이 되고 포인트를 모아놓으면 얼마 안 돼 그냥 사라져버린다”고 했다.

A씨도 “프랜차이즈 카페가 2년여 만에 문을 닫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임대료가 비싸서라더라”며 “프랜차이즈도 이런 상황인데 자영업자는 테이블을 10개 놓고 밤새 영업해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만한 건물에 호프집 하나라도 안 들어올 정도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나”고 했다.

공인중개사 D씨는 “헬리오시티 상가에 식당들이 부족하다”며 “사람 하나 두고 운영하려면 인건비가 많이 드니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D씨는 “헬리오시티 상가가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컸던 곳일 것”이라며 “입주 초창기에 코로나19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그렇잖아도 어려운 상권 활성화에 직격탄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이유로 헬리오시티의 상가 잔여분 4곳에 대한 보류지 입찰에서도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만 세 번의 매각공고를 냈는데 지난 1월 매각된 지하1층 132호 한 곳 외에는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축 아파트 상권 불안정성의 원인으로 공급 과잉 문제를 지적한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보통 단지 내 상가는 100가구 당 1개의 점포가 공식”이라며 “헬리오시티의 경우 점포가 가구 수에 비해 너무 많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동인구도 한정되어 있는 편이고, 기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시공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상가를 많이 분양해야 수익성 측면에서 좋을지 모르지만 입주민이나 장사하시는 분들은 점포 수가 많으면 매출 하락 문제가 있다. 또, 공급 과잉으로 공실이 많아지면 아파트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며 “상가가 일률적으로 공급되는 부분도 개선돼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 또한 대단지라는 이유 만으로 무작정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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