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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지원법 맞아?”…美 반도체지원법 뒤에 숨은 ‘두가지 함정’ [반도체 삼키는 미국]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의 반도체 생산 지원금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통해 드러난 재정 인센티브가 내포하는 두 가지 불확실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일 ‘미국 반도체 재정 인센티브의 두 가지 함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보조금 지원을 통한 ROIC(투하자본이익률) 향상은 국내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개발과 성장이 절실한 로직(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재정 인센티브는 두 가지 측면의 거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먼저 김 연구원은 첫번째 불확실성으로 기술 노출 가능성 및 정보 공개 위험을 지목했다. 그는 “지원서 제출 기업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미 정부와 경제·국가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상태, 투자이행 역량, 인력개발 및 기타 파급효과 등 다각도의 심층 논의·협상을 거쳐야 한다”며 “이후 지원 규모와 방식, 기간 등이 정해질 예정인데 문제는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제조 시설의 세부사항 및 기술 역량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생산 공정은 제조기업의 극비 사항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서는 원가경쟁력, 로직반도체에 있어서는 성능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경쟁사와의 공정 격차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정보 공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불확실성으로는 자금 활용 및 향후 사업 확장에 감시에 가까운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새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동법상 인센티브를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우려대상국에서 반도체 제조능력과 관련된 거래를 제한받게 된다”며 “아울러 1조5000억달러 이상 지원 받는 기업의 경우 당초 제출한 기대수익을 크게 초과할 경우 보조금의 75%까지 회수 가능하다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성공적인 투자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초과 수익은 상당부분 반납해야 하는 실효성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며 “게다가 포괄적 범위의 재투자는 미국으로 철저히 제한시키며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의 추가 투자는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관련업체의 경우 가동 유지와 출구전략까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텍사스 테일러 투자(170억달러)가 발표된 상황에서, 반도체 특유의 고정비 부담으로 2025년부터 가동할 신규팹의 대형주수 및 가동률 유지 전략이 핵심 논의 과제였다”며 “특히 동사는 지원금 활용을 전제로 향후 미국 내 D램 생산도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정보 공개의 우려와 초과이익 반납 가능성 등을 고려시 고수익성 제품의 생산은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하지만 현재 메모리 산업은 수요 둔화 속 공급 경재의 부활로 업황 회복의 시점이 점차 요원해지고 있다”며 “미국의 재정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메모리 수급에는 중립적 이슈로 보이지만 글로벌 생산시설의 재배치라는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결국 공급자들의 투자 망설임이 유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 43% 하락한 가운데 앞으로도 업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 속 1분기 D램, 낸드 가격은 전분기 대비 각각 27%, 14%씩 하락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 공급사들의 D램 재고가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은 낮아보이고, 업황 반전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메모리 선두업체의 적극적인 감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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