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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려도, 번거로워도 괜찮아” Z세대가 ‘디카’와 사랑에 빠진 이유
인디 뮤지션이자 인플루언서인 케이시 글래스고.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셀카를 유튜브 채널 대표 사진으로 걸어놓고 있다. [유튜브 @Katie.Glasgow 갈무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스마트폰 카메라로 당신이 나쁜 사진을 찍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은 디지털 카메라와 더 가깝다”

영국 스코틀랜드 애런섬에 거주하는 32세 스콧 에워트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다양한 포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그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매우 쉽고 단순해진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디지털 카메라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최대한의 작업을 해야한다”면서 “디지털 카메라는 더 단순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떠올리게 해준다”고 했다.

구식 디지털 카메라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기존 카메라 시장과 최신 기술들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에 유행한 ‘디카’를 이용하는 Z세대들이 늘고 있다. 높은 해상도와 흔들림 방지 기능 등 가장 좋은 성능의 디지털 카메라는 모두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지 ‘고품질’의 사진을 찍기 위한 트렌드는 아니다.

[로이터]

소비 시장을 이끄는 Z세대들의 디카 사랑 덕에 침체됐던 디지털 카메라 산업은 부활의 계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지난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201년까지 매년 수익이 감소했지만 2022년에 다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이베이 영국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3개월동안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 검색 트래픽은 13%, ‘리퍼비시(정상품의 반품 또는 반품 상품을 일부 수리한 상품) 카메라’의 검색량은 54% 증가했다.

Z세대가 디카를 주목하는 배경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다. 팀 고리차나즈 미 드렉셀대학교 정보연구학 조교수는 디카의 재유행을 일반적인 ‘레트로 트렌드’가 상징하는 과거에 대한 동경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Z세대들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디지털 카메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수단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다른 것이 많다. 무엇보다 디지털 카메라는 따로 소지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번거롭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에만 사용자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할 때처럼 갑자기 알람이 울린다거나, 메시지가 뜨는 일은 없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 많은 Z세대들이 사진을 찍는 최종 목표인 SNS 업로드도 매우 귀찮아진다. 케이블이나 메모리칩을 따로 기기에 연결해 옮기는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사진을 빠르게 편집해 SNS에 올리는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역시나 차이가 크다.

[로이터]

고리차나즈 교수는 Z세대들이 디지털 카메라에서 찾는 가치는 이같이 디지털 카메라가 가진 수고스러움에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을 찍고 타인과 공유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번거로움이 사용자의 개입과 선택을 유도하고, 이것이 속도와 효율성에 젖어있는 현 세대에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은 선택을 하거나 참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결과물에 더 강한 애착을 가지게된다는 한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부활은 단지 빠른 속도로 정보를 소비하고, 이것이 모두 광고를 위한 정보로 활용되는 현재의 디지털 플랫폼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는 휘몰아치는 첨단 기술에서 한발짝 떨어져 스스로의 시간과 선택, 여유를 중요시하는 이른바 ‘슬로우 테크 운동’과도 맥을 같이 한다.

고리차나즈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잘 살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라면서 “이제 Z세대들은 공원에서 보드게임을 하거나, 팟캐스트 대신 종이책을 읽는 방식으로 화려한 형태의 기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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