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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전 적자 33조원·가스공사 미수금 12조…오락가락 정책에 파산위기
[딜레마에 빠진 물가 정책]
국제 에너지가격 반영 안돼…가스공사 소액주주들 집단소송
“요금 현실화 지연될수록 우량 공기업 부실·전력시장 왜곡”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으로 가스와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파산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창립이래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이들 기업에 대해 주주들은 소송 채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요금 현실화가 지연될수록 우량 공기업의 부실과 에너지 시장의 왜곡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계와 기업 부담이 있더라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맞춰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정공법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발전의 30%를 차지하는 가스 복합 화력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는 ▷2020년 톤(t)당 392.7달러 ▷2021년 555.2달러 ▷2022년 1077.8달러로 2년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럼에도 정부 개입으로 전기·도시가스 요금엔 제때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한전의 영업손실이 32조63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전이 1961년 설립이래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연도별 영업손실은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5조8465억원)의 5.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분기별로도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10조7670억원에 달해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7조786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비용은 연료 가격 급등 등으로 37조3552억원(56.2%)이나 급증한 103조7753억원을 기록해 영업손실 폭이 훨씬 커졌다. 지난해 한전 자회사의 연료비와 민간 발전사들의 전력 구입비는 각각 34조6690억원, 41조9171억원에 달했다. 전년 19조4929억원, 21조6190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세 차례 전기요금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분기 요금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목표로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51.6원) 중 4분의 1 수준을 올린 것이다.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올해 분기별로 이런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스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스공사 미수금은 작년말 기준 역대 최대인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다음달에는 12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수입해온 가스의 국내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해 발생한 일종의 영업손실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해외사업 수익 등으로 2조46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무배당을 결정하자 소액주주들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그간 장부상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들에게 배당해왔지만, 이번 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회계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무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스공사의 소액 주주는 6만5979명으로 집계됐다.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2700만5834주로 총발행주식수(8582만6950주)의 31.5% 규모다. 주주대표소송 참여 요건은 상장주식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된다.

주주들이 소송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향후 전기·가스 요금 인상여부가 관심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급격히 치솟은 공공요금에 대한 서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미루다 보면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금융시장 왜곡으로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더 커지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인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동결이 자칫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올 하반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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