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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딸 죽었는데, 가해자는 이름 바꾸고 결혼"… 부산 여고생 사망 가해자 근황 어떻길래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꺄악!"

2009년 12월 18일 새벽 전남 화순군의 한 리조트에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리조트에 머물고 있던 숙박객들은 '무슨 일이야' 웅성거리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눈 덮인 땅바닥에 는 여고생 정다금(당시 18세) 양이 12층 객실에서 떨어져 누워있었다. 정 양은 그렇게 숨을 거뒀다. 부산 금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는 자살이었다. 정 양과 같은 방에는 친구 4명이 함께 머물고 있었는데, 그들은 정 양이 혼자 베란다로 나간 뒤 얼마 후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베란다 난간에 쌓인 눈에는 정 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도 있었다. 같은 방 4명의 친구들은 정 양이 이전에도 용돈과 학업 등으로 고민이 많았고 여러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추락 직전 그 방에서 무슨 일이…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25일 방송에서 정 양의 사망 사건을 재조명했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정 양의 부모는 딸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사건 전후의 정황 때문이었다.

정 양은 당일 같은 방 4명의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있다. 정 양의 사체에서도 얼굴에 커다란 멍이 있고, 입 안에 상처가 있는 등 추락과는 별개의 폭행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다수 발견됐다. 정 양과 친하게 지냈던 A 양의 주도로 폭행이 있었다는 다른 방 친구들의 증언도 나왔다. 폭행이 몇 시간 동안 이뤄졌다는 추정도 제기됐다.

A 양은 친구가 없었던 정 양에게 먼저 접근해 친하게 지냈지만, 정 양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보다 자신을 험담하는 문자메시지를 본 후 화가 나 폭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체험학습 당일 같은 방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정 양에게 술을 강제로 마시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양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이들이 "너 술 마시고 꼬장부리면 12층에서 떨군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게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A 양은 이전에도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을 여러차례 저질렀다는 증언도 있었다.

반면 4명의 친구들은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머리채를 잡고 세면대에 세수하라 얼굴을 갖다댔을 뿐 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4명의 친구들 외에는 이렇다할 목격자가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폭행을 주도한 A양만 상해 혐의가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4명의 친구들이 직접적으로 12층 베란다에서 밀거나 하지 않았더라도, 사건 직전 이들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헤쳤어야 하는데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술판 벌인 교사들, 학생들 입단속해… 가해자 편들기도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수사가 미진했던 원인 중 하나는 학교 측이 학생들의 입단속을 한 것도 있었다. 당시 교사들도 술을 마시며 학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데다,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기 때문에 소문이 학교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입막음을 했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A양이 힘든 상황이니 도와달라는 말을 한 교사도 있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교사들을 찾아가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한 교사는 "바빠서 그럴 필요를 못느끼겠다"라고 답했다.

"성형하고, 여행 다니고 평범하게 지낸다"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4명의 친구들은 30대 성인이 돼서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한 지인은 "4인방 모두 여행 다니고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 "성형을 다 했고 지나가다 보면 못 알아볼 정도"라고 전했다.

A 양은 이사를 갔고 동네와 연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지인은 "SNS도 전혀 안 한다. 그 나이에 안 맞게 SNS 프로필 사진도 올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B 양은 이름을 바꾸고 결혼했다. 입장을 물으려 나타난 제작진에게 B 양은 '난 B양이 아니다'며 자리를 피했다. B 양의 남편도 "결론적으로 아무 일이 없지 않았냐. 결론은 극단적 선택으로 되지 않았냐. 세월이 지났는데 아닌 걸 자꾸 파헤치고 그러니까"라며 불쾌해했다.

C양은 "(정 양이 왜 추락했는지) 제가 어떻게 아냐. 제가 걔를 해한 것도 없었는데. 저는 더 이상 인터뷰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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