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저소득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나 병원을 찾는 횟수가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 보험 가입률은 절반 수준으로 적어 질병이나 사고를 만났을 때 경제적으로 취약했다.
특히 저소득층은 우울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에 노출될 우려도 커서 우울함을 느끼거나 자살생각을 경험한 비율이 비(非)저소득층보다 2~3배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6일 공개한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8월 실시된 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복지패널조사는 2006년 시작된 전국단위 대규모 설문 조사다. 17차인 2022년 조사의 대상은 새로 표본에 들어온 2012가구를 포함한 7865가구다.
조사 결과 가구원 기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저소득층(중위소득 60% 미만)의 70.77%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미다.
비(非)저소득층은 36.82%만 만성질환이 있었는데, 저소득층이 2배 가까이(92.2%) 높았다. 비저소득층의 29.59%는 6개월 이상 투병·투약을 했는데, 이런 비율은 저소득층에게서 2배 이상 많은 66.46%였다.
반면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저소득층이 39.06%로, 비저소득층(79.01%)의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외래진료와 입원 횟수는 저소득층이 비저소득층의 갑절 수준이었다. 2021년 1년간 외래진료 횟수는 저소득층이 21.01회, 비저소득층이 10.45회였다. 평균 입원 횟수는 저소득층이 0.18회, 비저소득층이 0.09회였다.
저소득층이 질병에 더 많이 노출돼 있지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며 대비하는 경우는 비저소득층의 정도였다.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저소득층이 49.22%로 비저소득층(92.38%)의 53%였다. 보험에 가입한 경우 평균 가입 건수도 저소득층(2.55건)이 비저소득층(5.34건)보다 적었다.
보고서는 “저소득 가구가 질병이나 사고 같은 위험에 노출될 때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제도적 완충 장치가 매우 미흡하다”며 “저소득 가구의 구성원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외래 진료 횟수가 많아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은 정신적인 문제에도 더 취약했고 자살 우려도 더 컸다. 조사일 직전 1주일간의 우울 정도를 11개 문항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 정도는 저소득층이 60점 만점 중 9.99점으로, 비저소득층 4.63점의 2배 이상이었다.
저소득층의 6.63%가 생애 1번이라도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해 비저소득층 3.03%보다 높았다. 지난 한해 1번이라도 자살생각을 한 적 있다는 응답은 저소득층이 3.42%로 비저소득층 1.17%의 3배 수준이었다.
10점 만점으로 자신의 행복도를 평가하도록 한 결과에서도 저소득층은 평균 5.7점으로 비저소득층의 6.94점보다 1.24점이나 낮았다.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만족하는지에 대한 긍정 답변 비율은 저소득층이 41.1%로, 비저소득층의 71.3%보다 한참 낮았다.
저소득 가구의 2.14%가 공과금을 기한 안에 납부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고, 0.06%는 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전화·수도가 끊긴 경험이 있었다. 3.3%는 자녀의 공교육비를 한 달 이상 못 준 경험이 있었고, 0.39%는 돈이 없어서 겨울에 난방을 못 한 경험이 있었다. 2.06%는 돈이 없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가지 못 한 적이 있었다.
한편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경우 저소득층은 비저소득층에 비해 기부액은 적지만 자원봉사 횟수는 오히려 더 많았다. 저소득층의 연간 평균 기부 액수는 30만6000원으로 비저소득층의 56만5800원보다 적었지만, 연간 자원봉사 활동 횟수는 저소득층이 평균 54.17회로 비저소득층의 10.16회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보고서는 “저소득 가구의 경우 기부 및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가구의 규모가 일반(비저소득) 가구보다 적었으나, 자원봉사활동 횟수가 많은 것은 흥미로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