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막 가져가도 돼?” 맥도날드 친환경 그릇으로 바꿨다가, 이런일이 [지구, 뭐래?]
고무 재질로 된 그릇에 담긴 맥도널드 감자튀김. 프랑스에서 올해부터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20인 이상 이용하는 음식점에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다회용 그릇이 등장했다.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케아 매장에서 연필 열개 가져왔다. 촌스럽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이쁘니까. 이놈의 물욕!”

한국에 막 상륙한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는 연필 도둑이 들끓었다. 가구 치수를 재고, 쇼핑 목록을 메모할 수 있도록 매장에 비치한 몽땅 연필을 한 움큼씩 집어가는 고객들이 많다. 이 때문에 한 때 연필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걸 막 가져가도 돼?” 맥도날드 친환경 그릇으로 바꿨다가, 이런일이 [지구, 뭐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이케아 연필 한 무더기(왼쪽)과 이케아 매장에 비치된 연필들 [인터넷 캡처]

특유의 디자인과 감성으로 사랑 받는 브랜드에는 ‘도둑질’이 따라붙는다. 이번에는 맥도날드의 차례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뿐 아니라 기념품들의 인기도 높다. 스스로 ‘맥도날드 덕후’라고 부르며 슬리퍼, 스티커 등 일상 생활용품에서도 맥도날드의 디자인을 적극 사용하는 팬들도 많다.

“이걸 막 가져가도 돼?” 맥도날드 친환경 그릇으로 바꿨다가, 이런일이 [지구, 뭐래?]
고무로 된 다회용 그릇에 감자튀김을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

프랑스 맥도날드 매장에 새빨간 고무 재질의 감자튀김 그릇이 등장하면서 ‘맥도날드 덕후’들의 마음이 또 동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미안하지만 재킷 안에 숨겨 빠르게 집에 가져가고 싶다”며 “이건 도둑질이 아니라 기념품 수집(collecting arts)”이라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감자튀김 그릇에 대해 “소비 패턴을 바꾸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자튀김 다회용기가 도입된 건 올해 부터다. 프랑스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낭비방지 순환경제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7500유로(약 1037만원)가 부과된다. 이에 맥도날드는 종이로 된 일회용기 대신 유리나 고무, 플라스틱으로 된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다회용기를 제작하고, 모든 매장에 그릇을 세척, 건조, 보관하는 시설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재교육과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이걸 막 가져가도 돼?” 맥도날드 친환경 그릇으로 바꿨다가, 이런일이 [지구, 뭐래?]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 맥도널드 매장 [인사이더]

프랑스는 단계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여가고 있다. 순환경제법은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20% 줄이고,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전면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용도 상당하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식기세척기 구매, 직원 재교육 등에 매장 당 최대 1만5000유로(2073만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전환에 높은 비용이 들다보니, 다회용기 ‘도둑질’이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다회용기 도난, 분실, 손상으로 인한 비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걸 막 가져가도 돼?” 맥도날드 친환경 그릇으로 바꿨다가, 이런일이 [지구, 뭐래?]
맥도널드 매장에서 세트메뉴를 주문한 모습. 음료만 플라스틱 다회용 컵에 제공된다. 주소현 기자

한편, 한국 맥도날드는 컵만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제공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조치다. 숟가락이나 포크, 컵뚜껑 등은 아직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종이로 된 감자튀김 포장재가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 맥도날드 관계자는 “감자튀김 통을 다회용기로 바꿀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