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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금리를 알려면 환율을 봐라?…기준금리 멈춤에도 안심못하는 시장[머니뭐니]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1년 반 동안 이어오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일단 멈췄지만 시장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은 아니다”며 기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을 뿐만 아니라, 시장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환경은 오히려 상승 압박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대출금리 왜곡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선 금리 향방을 결정하는 데 환율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경한 긴축 의지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며, 원·달러 환율은 재차 1300원대에 올라섰다. 킹달러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은행채의 준거 금리가 되는 국고채 금리가 이달 들어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한은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1300원대 두 번 돌파한 환율…대출금리 인상 시발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전날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95~6.42%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13일 4.78~7.41% 보다 금리 상단이 100bp(1bp=0.01%포인트)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와는 큰 인과관계 없이 움직여 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는 무관하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왔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는 상관없이 지금까지 꾸준히 내려왔다”며 “심지어 이번에는 동결이기 때문에 시장금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

하지만 전문가들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이 대출금리가 오르는 또 다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환율변동이 우리나라 물가나 통화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1300원대 중후반으로 환율이 상승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이 부분이 앞으로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출금리 더 오를 수도…금리 왜곡현상 커지나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두 차례나 130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자금을 빼가며 원화 약세가 이어졌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130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된 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중 대부분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는 징후가 있지만 더 많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상되거나 혹은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한은이 한차례 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아 3.75%에 이르더라도, 1.5%포인트~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역대 최대폭이다.

금리는 돈의 가치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은,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또 환율 상승은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소다. 통화정책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안정임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이에 맞춰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시장금리는 이달 들어 상승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22일 4.113%를 기록했다. 지난 3일 3.663%까지 떨어졌던 것이 20여일만에 0.45%포인트나 올랐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WM 관계자는 “환율에 더해 공공요금까지 줄인상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가 3.75%뿐 아니라 4%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고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대출금리도 밀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형 주담대는 당국의 압박으로 오히려 내려가고 신용대출과 고정형 주담대만 이자율이 올라 금리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며 “예금금리 역시 코픽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금금리 역시 쉽사리 올리지 못해 시장금리와 역행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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