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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 주세요"… 경찰 하란대로 했다가 2300만원 보이스피싱 당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60대 노인이 통장에 자신도 모르는 돈 2300만원이 입금됐다며 경찰에 문의, '주인에게 돌려주라'는 경찰의 안내를 따른 결과 보이스피싱에 당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알고보니 2300만원은 보이스피싱범이 노인의 명의로 실행한 대출이었고, 경찰이 돌려주라고 한 '주인'은 보이스피싱범이었던 것이다.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의심됐음에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 A 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을 가상화폐 거래소 직원이라 소개한 B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B 씨는 "최근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아는데 손실금을 '코인'으로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손실 보전을 위한 절차라며 A 씨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요구하는가 하면, A씨 은행 계좌에 1원이 입금됐으니 입금자명을 알려달라고 했다.

A 씨는 실제로 최근 주식 투자 손실을 봐 B 씨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뒤 A 씨의 계좌에 현금 2300만원이 입금됐다.

B 씨는 "그 돈은 잘못 송금된 돈이니 다시 보내달라"며 계좌를 안내했다.

A 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돈을 보내주지는 않고, 다음날인 31일 수원남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갔다.

A 씨는 경찰에게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영문을 모르는 돈 2300만원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경찰은 A 씨에게 "개인 정보 유출이나 금전 피해를 입지 않았고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한 적도 없다면 타인의 돈이 잘못 입금된 것일 수 있다"며 "은행 창구로 찾아가 '착오 송금 반환 제도'를 이용하면 되돌려 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착오 송금 반환 제도는 누군가가 잘못 보낸 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A 씨는 'B 씨에게 되돌려주면 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그 길로 은행에 가 23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사실 그 2300만원은 B 씨가 A 씨의 명의를 도용해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이었다. 앞서 B 씨가 A 씨의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고, 통장에 입금된 1원의 입금자명을 알려달라 한 것은 대출을 위한 본인확인절차였던 것이다. A 씨는 결국 자신의 명의로 대출된 돈을 보이스피싱범 B 씨에게 송금해, 2300만원의 빚만 지게 됐다.

A 씨는 2300만원을 송금한 이후 자신의 신용거래정보가 변동됐다는 문자가 온 것을 확인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 씨가 경찰에 상담을 요구했을 당시 경찰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A 씨가 경찰서에 방문했을 당시 정식 민원 접수를 한 것은 아니며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던 수사관을 상대로 수 분가량 관련 내용을 문의했던 것"이라며 "A 씨가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은 없다고 답했고, '모르는 돈이 입금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 수사관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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