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출산휴가 되니 “퇴사해”…여성 절반 “출산·육아휴직 잘 못 쓴다”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 발표
응답자 43% “육아휴직 자유롭게 못써”
“출산·육아휴직 관련 특별감독해야”
[헤럴드 DB]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몸이 힘들면 회사 그만 둬.” 임신 7주차 직장인 A씨는 상사에게 임신 사실을 밝혔다가 “기분이 나쁘다”며 회사를 관두라는 말을 들었다. 이 뿐만 아니었다. 상사는 A씨가 회사를 퇴사할 것을 전제하고 새롭게 뽑을 사람을 찾고 있었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만 둬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며 고민에 빠졌다. 결국 A씨는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여성 절반 가까이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무사들은 “근로기준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지만 현실에서 불이익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2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44%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은 54.3%,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장인 59.9%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육아휴직 사용도 쉽지 않았다. 남녀 직장인 43.1%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여성은 50.2%, 비정규직은 56.0% 로 더 높았다. 근로기준법 제74조에 출산(유·사산)전후휴가 및 임신·출산기의 보호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출산 휴가 중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회사에서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였다. 특히 임산부는 출산 전 직장에서 더 일하고 싶어도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해고되기도 했다. 임신 3개월차 프리랜서 B씨는 “현장 근무가 위주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데, 임신 사실이 알려지고 지난달 팀에서 빠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번에는 회사 측에서 임신을 한 상태라 다른 팀 배정도 어렵고 회사 재정이 좋지 않다며 잘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출산 예정 2달 전까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다.

설령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다시 업무로 돌아오지 못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직장인 C씨는 6개월 출산휴가 다녀오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C씨는 “회사 어렵다고 나가라고 한다. 이래도 되냐”며 “한순간에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고 하소연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소멸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직장인들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는 출산휴가 미사용 사업장 근로감독 등을 제안했다.

노무사들은 노동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지만 현실에서 불이익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때문에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마치 근로자에게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노동청은 판단을 미루지 말고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고, 그 자료를 노동위원회에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한 설문조사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다.

binn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