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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피해자 ‘이례적’ 행동, 법관이 스스로 검증해봐야”
‘젠더법 연구회’ 실무연구집 발간
김선화 판사 ‘성인지 감수성’ 집필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적 맥락을 고려할 때 그 ‘이례적’ 행동의 이유가 설명될 수 있는지를 법관 스스로 다시 한번 검증해 봐야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선화 판사는 최근 법원도서관이 발간한 ‘젠더법 실무연구집’에서 판결에 담긴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를 이같이 분석했다. 김 판사는 법관들이 아동·청소년·이주여성 등 젠더(gender) 문제를 논의하는 ‘젠더법 연구회’(회장 이숙연) 소속으로 이번 논집에서 ‘성인지 감수성 판결과 형사재판에서의 사실인정’을 주제로 다뤘다.

김 판사는 성인지 감수성이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첫 등장한 이후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것이 법원 판결에 어떤 맥락으로 적용되는지 법관들마다 다소 생각이 다르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성인지 감수성을 유죄 판결 근거로 삼는 데 일선 법관들의 우려와 비판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입증과 성인지 감수성의 관계 설정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이 언급된 2가지 대법원 판결을 통해 ‘피해 직후 신고하지 않거나 가해자와 지속적 관계 유지’ 등 이례적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된다고 분석했다. 법관 스스로가 이례적 행동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이 있을 때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일부 의심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범행 전후 맥락을 심층적으로 볼 때, 피해자 행동이 수긍될 설명이 가능하다”면 법관의 의심을 극복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 ‘법관에 따라 유무죄 결론이 달라지는 자의적 개념’이란 비판은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포함해 성인지 감수성을 인용한 78개 판례에서 2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죄 판단이라 분석했다.

같은 법원 황순현 부장판사는 논집에서 ‘스토킹 범죄의 특성과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구성요건 및 개정논의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다뤘다. 황 부장판사는 시행 1년 4개월이 지난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5가지 유형으로만 한정돼 ‘처벌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수차례 전화를 하거나, 걸고도 말이 없는 등 불안과 공포를 유발 행위에 대해선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화 벨소리를 관련법상 처벌 기준인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신된 음향’으로 보지 않는 해석 때문이다. 그는 연속적 전화 행위나 통화 중 무응답과 같은 행위를 추가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온라인 스토킹’ 처벌 규정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해자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배포하거나 스토킹 앱 등을 통해 온라인 계정이나 데이터를 스토킹하는 행위까지도 처벌해야한다고 했다.

가중처벌 규정 검토도 긍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황 부장판사는 ‘성인이 아동청소년을 스토킹한 경우, 스토킹행위를 통해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 등이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입는 경우 등’도 포함해야한다고 했다. 피해자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의사불벌 규정 삭제도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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