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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침체에 금리인상 1년반 만에 멈췄다
소비위축에 5%대 물가 지속
올 성장률 전망치 1.7→1.6%
금리인상 종료 속단은 일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침체 우려감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1.6%로 하향조정해 이 같은 우려감을 반영했다. ▶관련기사 3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5%대를 보이고 있고 미국 중앙은행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을 밝히고 있지만 높아진 경기 하방 위험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단행됐던 긴축 기조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이 같은 동결 결정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된 지 1년 반 만이다.

경기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수출은 이미 적색 경고가 들어왔다.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 최대일뿐더러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펜트업 효과(억눌렀던 수요 폭발)’로 성장에 힘을 보태던 소비도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택시비가 오르고 가공식품 등 외식비마저 상승하면서 민간소비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0.2로, 1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1%대 성장률은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것일뿐더러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속단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당장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대로 여전히 높은 데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에 이른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실제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어 통화정책 시 참고하는 주요 지표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조정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5.1%)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4.7%)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만큼 더 정교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국의 긴축 전망에 따른 달러화 상승으로,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현재 1.25%포인트로 벌어진 미국 정책금리(4.5~4.75%포인트)와의 격차를 한은이 더 벌어지도록 용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25%포인트의 금리차는 2000년 10월(1.50% 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격차가 1.50%포인트 이상으로 더 벌어진다. 때문에 연준의 결정에 따라 4월에 예정된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본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연진·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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