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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석의 시선고정]20년째 싸우는 통행료 인하 이행 촉구의 이유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 시민추진단, 22일 인천시청서 기자회견
국토부가 지난해말 약속한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이행하라
추진단, ‘선투자 방식’ 해결 방안 제시
인천시도 나서야… 국토부의 약속 불이행으로 시민 혈세만 낭비
인천시, 17년 간 1322억 지원
영종대교 상부도로 통행료 지원 조례도 준비… 인천시, 지원금 부담만 더 커져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 시민추진단은 22일 인천시청에서 국토부의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를 향한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이행을 촉구하는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 시민추진단(이하 추진단)의 항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생업마저 뒤로한 영종 주민들과 추진단은 지난주 국회에 이어 22일 인천광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영종국제도시 11만명의 주민을 대표한 추진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20년전 삭발과 차량 항의시위를 상기하면서 3·1절을 ‘영종 주권의 날’로 선언하고 영종대교를 잇는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1000대의 차량 항의시위를 재현한다고 했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까지 달려가 추진단의 입장도 전달한다.

추진단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는 그 이유가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토부가 약속한 통행료 인하 추진 불이행에 대한 강력한 항의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 수립한 ‘민자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통해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추진을 지난 2022년 12월까지 약속했다.

만약, 국토부가 이 약속을 지켰다면, 올해부터 인천대교는 편도기준 5500원에서 1900원으로, 영종대교는 6600원에서 2900원으로 인하된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민자고속도로 18개 노선(현재 21개 노선) 가운데 서울-춘천, 대구-부산, 천안-논산 등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는 인하했는데, 유독 인천(영종대교·인천대교)만 수년째 답보생태이다.

민자고속도로의 평균 통행료는 재정고속도로 대비 1.43배 수준인데 반해 영종대교는 2.28배, 인천대교는 2,89배나 비싸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3배나 비싼 최고 수준의 통행료를 내고 있다. 국토부가 재정고속도로의 1.1배 수준 내외로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이다.

이처럼 통행료 인하는 영종 주민은 물론 국민을 위한 것이다. 단순히 영종 거주 주민들만 통행료 인하 및 무료화 혜택을 받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추진단은 “정부가 유료도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료도로법에는 ‘유료도로는 대체할 무료도로가 있을 때만 설치할 수 있으며 또 유료도로를 이용하는 현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종은 영종·인천대교와 영종~월미도 간 배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도로도 배편도 모두 유료이다. 무료도로가 없는 것이다.

추진단은 통행료 인하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선투자 방식’이다. 선투자 방식은 통행료를 먼저 인하하고 인하 차액을 도로공사가 우선 투입해 민자사업 종료 후 민자사업자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타 지역의 경우 지난 2019년 천안-논산 고속도로와 대구-부산 고속도로처럼 도로공사의 선투자 방식으로 기존 통행료의 48%를 인하했다.

현재 인천대교는 2039년까지, 영종대교는 2030년까지 민간사업 운영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민자 운영 기간을 늘리는 방식은 현행 민간투자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선투자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추진단의 주장이다.

영종대교 건설비는 약 1조6000억원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민자사업자는 4조원 넘게 통행료와 손실보전금 명목으로 챙겨갔다. 앞서 정부는 영종대교 1조4800억원, 인천대교 1조8090억원을 지급했다. 국민의 혈세로 낸 국비를 합산한다면, 두 대교 건설비용보다 많은 액수이다.

따라서 선투자 방식으로 전환해 정부가 수익을 챙기면 국가 예산도 늘고 통행료 인하로 국민들도 통행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토부도 이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산하 공기업 정책방향에 따라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지침 때문에 신규 투자사업 추진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추진단은 판단했다.

결국 정책의 문제점이기 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진단은 3·1절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통행료 인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20년 전 처럼 영종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챙기지 않으면 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추진단의 입장이다.

국회의원, 인천시의원, 중구청장, 중구의원 등 지역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성과 없는 결과일 뿐이다. 일부는 문제의 본질 조차 알지도 못한다. 선거 때만 되면, 통행료 인하는 후보자들이 제각기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 얻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낙마해도 공약 실천 열기는 수그러들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이기도 한 통행료 인하 문제는 유 시장도 직접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천시 등 지자체를 통해 지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322억원의 통행료를 영종·인천대교 운영 회사에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100억원 규모이다.

이로 인해 영종 주민들은 통행료(영종대교 북인천IC 무료·인천대교 왕복 3600원, 어느 대교를 이용해도 1일 왕복 1회만 가능) 일부를 감면받고 있다.

인천시는 또 영종대교 상부도로 지원을 위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조례가 통과되면, 인천시는 또 다른 통행료 지원 부담을 안게 된다. 막대한 예산을 왜 인천시가 또 떠맡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국토부가 약속을 이행하든지, 아니면 긍정적으로 보는 추진단이 제시한 대안을 받아들이든지 해결방안이 마련되면, 인천시의 통행료 지원 예산도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토부의 약속 불이행 때문에 인천시는 물론 영종 주민들과 국민들까지 피해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타 지역 시민들도 3배나 바싼 통행료 때문에 영종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김요한 영종총연 정책위원장은 “내집과 회사를 오가는데 유로도로를 이용해 통행료를 내야 하는 곳이 대한민국에서 영종이 유일하다”며 “지난해 12월까지 약속한 국토부는 하루속히 통행료 인하를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통행료 문제는 공직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9∼12월 중구를 감사한 뒤 2018년부터 2019년 중순까지 영종도로 출퇴근하는 중구청 공무원들에게 지급한 통행료 지원금 2억900여만원을 오는 4월까지 환수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통행료를 수당 형태로 지급하는 것은 지방공무원법의 공무원 보수 지급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행료 문제는 인천 지역사회는 물론 공직사회까지 논란이 일 정도로 조속히 해결돼야 할 과제이다. 20년 이상의 긴 싸움이다. 이제 생업을 전폐할 정도로 영종 주민들과 추진단은 더 이상 물러설 상황이 아니라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것이 힘겹게 싸워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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