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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은 청년 어려움 반영…‘독박육아’ 깨뜨려야”
복지부 '미래와 인구전략포럼'
"결혼이나 출산 강요는 역효과"
"아빠 육아 참여로, 독박육아 깨뜨려야"
[헤럴드DB]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최근의 저출산은 결국 청년세대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와 육아 어려움 등이 출산기피 요인인 만큼, 이를 해결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나는 지적이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다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인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지난해 6월 24~49세 미혼 남녀 834명(남성 458명, 여성 3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족·지인으로부터 결혼하라는 독촉이나 권유를 받았을 때의 생각 변화에 대해서도 '더 하기 싫어졌다'(26.6%)는 응답이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한다'(12.3%)는 응답의 2배 이상이었다.

또 절반이 넘는 응답자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61.0%)고 답했다.

주변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결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2018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졌지만,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1.96명(비동거 미혼자 기준)으로 이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청년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진단이다. 결국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 소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지난 연말 미혼 남녀와 기혼 남성, 미취학 자녀 기혼여성, 취학 자녀 기혼여성 등에 대한 그룹별 심층면접(FGI) 결과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 육아의 어려움 등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근본 해법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로, '독박 육아'(혼자만 하는 육아)를 깨트려야 한다"며 "여성 중심의 자녀 돌봄 책임 논의를 벗어나 남녀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바로 전환되지 않고 교육·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직업과 독립을 탐색하는 '새로운 성인기', 즉 성인 이행기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결혼 및 출산 연령 상승의 원인으로 봤다.

스스로를 성인으로 인지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체 조사를 인용해 '얼마나 자주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주 느낌' '항상 느낌'이 절반을 넘기는 지점은 28세(1994년생)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는 현재 청년 세대뿐 아니라 청소년 세대에게까지 나타나는 거시적 변화"라며 "저출산 정책으로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개인이 삶의 지향을 선택하고 실현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자립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는 결혼과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청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일터와 삶터가 경쟁에 매몰되지 않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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