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카드 발급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아이폰 사용률이 높은 MZ(밀레니얼+Z)세대의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최소 6개월 이상 사실상 독점계약권을 가지고 애플페이를 시작하는 현대카드가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 1월 말 기준 전체 회원수는 1139만명으로 지난해 말(1135만2000명) 대비 한 달만에 3만8000명 증가했다. 7개 전업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중 하나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회원이 늘었다.

주목할 건 체크카드의 증가세다. 현대카드의 지난 1월 말 기준 사용가능한 체크카드 수는 16만2000개로 작년 12월 말(15만1000개)과 견줘 한 달만에 1만개 이상 늘어났다. 전년 같은 기간(11만3000개)에 비해서는 43% 성장했다.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KB국민카드 모두 전년 동기대비 체크카드 수가 더 줄어든 것과 대비하면 압도적인 성장률이다.

신용카드를 주요 상품으로 하는 현대카드에서 체크카드 발급 수가 늘어난 건 MZ세대 이용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이폰 사용률이 높은 10~20대는 상대적으로 금융거래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렵다. 이에 현대카드 중에서도 체크카드를 발급 받아 애플페이 사용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는 국내 전용·해외겸용 카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현대카드를 등록해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 현대카드에 따르면 전체 카드 사용량 중 2030세대의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말 전체 결제 건수 중 2030세대의 결제 건수 비중은 37%로 3년 전(29%) 대비 8%포인트 증가했다. 결제금액도 31%로 같은 기간 8%포인트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SC제일은행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SC제일은행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체크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선 SC제일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페이 서비스를 쓰기 위해 현대카드의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SC제일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요구불성예금의 잔액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페이 서비스의 본격 시작을 앞두고 다른 회사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삼성전자는 ‘페이동맹’을 발표했다. 전자결제 서비스 업권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페이와 국내 기기결제 업권에서 선제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한 삼성페이가 연합전선을 선보인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이 반향을 일으킬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