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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일의 현장에서] 반복되는 KT 수난사

KT는 지난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고 손을 떼면서 민간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았다. 과거 유·무선통신 서비스에 국한됐던 KT의 사업 영역은 규모도, 모양새도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여전했다. 오너가 없다 보니 KT의 CEO 자리는 번번이 전리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전 정권 때 취임한 대표를 밀어내고 ‘우리 사람’을 앉히는 모습까지 똑같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낙하산 인사와 친분에 의한 인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전문성과 실력으로만 기용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최근 KT 대표 선임 과정은 또다시 낙하산 논란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KT와 포스코 등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을 겨냥해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지배구조 속에서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게 되면 기업과 우리 사회의 비용과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흐른 뒤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구현모 현 대표를 추천했던 KT는 전면 백지화하고, 대표이사를 다시 처음부터 선임하기로 했다.

원점에서 재출발한 KT 대표이사 레이스는 또다시 낙하산, 전리품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뚜껑을 열어 보니 이명박·박근혜 정부 장·차관 출신부터 윤석열 캠프 출신까지 정치권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시절부터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지금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현 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이 이번 KT 대표 공모에 지원한 점이 눈에 띈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한 대표 공모가 오히려 정치권에서 밀려난 이들의 재기를 돕는 ‘재활기구’로 전락한 모습이다.

정작 후보자 명단에서 ICT 경영인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이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통신·IT업계 경력이 전무한 올드보이들까지 대표직에 과감히 지원한 것을 두고 결국 ‘윤심’을 앞세운 정치권의 입김이 좌지우지할 것이란 한탄이 나오고 있다.

KT는 최근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로봇, 콘텐츠 사업 등을 육성하며 ‘탈(脫)통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만이 아니다. 통신업계 전반이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육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5년 주기로 CEO 리스크에 떨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적어도 전 정부에서 임명된 CEO를 찍어내듯 몰아내고 그 자리에 ‘우리 사람’ ‘내 사람’을 앉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이제 KT CEO 수난사를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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