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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고물가라는 ‘장기’ 트렌드

1월 아파트관리비 고지서를 받기 전 꽤 긴장했다. 이미 전월 ‘난방비 폭탄’을 맞은 터라 이달에는 과연 얼마가 나올지 걱정이 앞선 탓이다. 관리사무소에서 ‘난방비 다이어트’에 나선 덕에 실제로 받아든 난방비 금액은 전월에 비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안도의 숨만 내쉴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과연 한 번 올라간 공공요금이 내려오기는 할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유통가의 트렌드는 자주 바뀐다. 변화의 속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더 빨라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어제’ 반짝하고 떠올랐다가 ‘오늘’ 사라지는 유행상품도 넘쳐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변하지 않는 소비 흐름도 많다. 1인가구, ‘미닝 아웃(Meaning Out)’,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등 최근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고물가라는 단어가 더해지고 있는 듯하다.

인플레이션 이슈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많은 소비자는 ‘당분간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방아쇠를 당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지난해 고물가 해결사를 자처한 유통업계의 마케팅도 해를 넘겨 올해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한때 각종 홍보자료에 ‘MZ세대’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면 이제 ‘고물가’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고물가가 바야흐로 장기 트렌드가 된 것이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꼽은 키워드 중 ‘체리슈머(Cherry-sumer)’가 대표적이다.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겨가는 얌체족이 ‘체리피커(Cherry picker)’라면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말한다. ‘짠테크’ 소비를 하는 오늘날 많은 소비자가 이에 해당한다. 물가안정을 위해 대규모 파격 할인행사를 하는 곳은 더 늘다 보니 각종 혜택을 제대로 챙기려면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알뜰소비에서도 쇼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체리슈머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 항목을 재미 삼아 보면, 판단형(J·Judging)은 그나마 낫지만 인식형(P·Perceiving)은 요즘 소비자로 살기 정말 어렵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지 싶다. 흔히 판단형은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계획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고, 인식형은 그와 반대라고 해석한다. 계획 없이 무턱대고 막 소비하다 보면 똑같은 상품을 사도 생활비가 왜 이렇게 늘었나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유통가가 고물가 잡기 해결사에 나서는 것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렇게까지 소비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명품 매장이 아닌 마트의 한우 50% 할인행사에 새벽부터 ‘오픈런’ 수요가 몰리는 시대다. 유통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보다는 수익성 관리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물가라는 장기 트렌드가 가져올 숱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올해 소비자도 기업도 피하기 힘든 과제가 됐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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