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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훈의 현장에서] 대세가 된 주주 행동주의의 명과 암

한때 ‘먹튀’란 오명을 듣던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드’ 해소를 외치며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명분으로 주주행동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행동주의는 낯선 전략이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뒷받침할 만한 사회·제도적인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던 탓이다. 지금까지도 행동주의라 하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를 떠올리며 ‘행동주의=기업사냥꾼’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에서 듣는 행동주의 펀드의 본질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특히 토종 행동주의 펀드는 해외처럼 ‘공격일변도’로 이익만 좇는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SM 경영권 분쟁’과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전’을 촉발시킨 얼라인파트너스·KCGI(강성부 펀드)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꾸준히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적극적 행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기업가치 훼손으로 연결되는 등 경영진의 잘못으로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행동주의의 표상에 대해 “기업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제3자가 시어머니처럼 한 마디씩 해주는 것이 행동주의의 순기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동주의의 입김이 커진 데에는 이미 자본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역할도 컸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주친화적인 정책 당국의 정책변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 절차 개선방안계획을 내놨고, 한국거래소도 상장사들이 이르면 올해 결산 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공시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기배당을 받는 주주를 3, 6, 9월 말일 주주로 규정한 부분을 삭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2분기 중 발의된다. 즉 투자한 회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면 한편으론 우려되는 점도 있다. 결국 남의 돈을 굴리는 운용사의 기본 목표는 투자 수익을 내야 한다.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소액주주 의결권이 필요하지만 무한정 소액주주의 이익만 대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전에서 KCGI가 발을 빼자 ‘결국 돈이 목적이었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앞으로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점이다. 그런 점에서 돛을 단 주주행동 바람이 한국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가 돼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제 역할로, 한국의 기업은 물론 자본시장이 제대로 평가받길 기대해본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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