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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AI 혁명과 일자리, 위협인가 기회인가

다음은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한 말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사람들도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실업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언제 그리고 누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이것은 약 60년 전인 1963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방송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지금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요즘 식당에 가면 많은 곳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다. 또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병원에서는 암 진단을 기계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챗GPT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일정한 주제를 주면 스스로 관련 자료를 모아서 사람 못지않은 글쓰기 솜씨를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등학교 학생들이 챗GPT로 영문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했다가 모두 영점 처리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 다행히 케네디 대통령이 걱정했던 것처럼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정반대로 미국 경제는 그 어떤 선진국보다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왔다. 미국의 취업자 수는 1963년 6800만명에서 2021년 1억5400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에서도 취업자 수는 760만명에서 2730만명으로 늘었다. 기술 발전으로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생겨난 일자리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소득도 늘었다. 경제사학자인 클라크(Gregory A Clark)는 기원전 1000년부터 18세기 말까지 거의 3000년 동안 전 세계 평균 소득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주 산업은 농업이었는데 기술이 발전해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인구가 늘어나 1인당으로 보면 생산량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맬서스의 함정(Mathusian Trap)’이라고 하는데 인류는 약 300년 전에 시작된 산업혁명 덕분에 이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후의 빠른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의 생산량과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보면 기술 발전은 일자리도 늘리고 소득도 높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서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활동을 시작한 후 택시영업 면허증의 가치가 100만달러에서 10만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많은 운전사가 파산하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타다’ 서비스의 도입과 관련해 택시운전사가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확산돼 업계의 판도가 바뀌면서 일부 사람이 피해를 보는 현상은 이미 산업혁명 시기부터 있었다. 19세기 초 유럽의 러다이트 운동은 당시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인다고 생각해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AI혁명도 막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고 이를 활용할 컴퓨터기술이 발전하면서 AI는 여러 부문에서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경공업에서 시작해 중화학공업과 IT산업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변신의 능력을 보여왔다. 그 덕분에 195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으나 지금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이는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 성공 사례다.

앞으로 이러한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산업의 변화를 거부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국민적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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