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복도를 바지를 내린 채로 지나가며 새벽 배송 업무를 하는 남성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이다. [SBS 뉴스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새벽 배송 업무를 하면서 바지와 속옷을 내린 채 아파트 복도를 돌아다닌 30대 남성이 벌금형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판사 신서원)은 전날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벌금형 3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기관 및 장애인기관 각 3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1월 오전 7시쯤 서울 강동구 상일동 한 아파트에서 바지와 속옷을 발목까지 완전히 내린 채 배송 업무를 했다. 그는 상의도 배 위로 올려 신체 부위를 완전히 노출한 채로 복도를 지나다녔다.

그의 추태는 한 입주민의 개인 폐쇄회로(CCTV)에 찍혀 발각됐다. 뒤늦게 CCTV가 있는 것을 알아차린 A씨가 황급히 바지를 올리는 모습도 녹화됐다.

이른 시간이라 A씨와 마주친 주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배송업체 정직원은 아니고 개인 자격으로 배송을 위탁받은 한 여성 배달원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 배달원은 “남편이 소변이 급해서 노상방뇨를 하려고 바지를 내렸다가 그 박스를 들고 있어서 1층 가서 노상방뇨를 했다고(전해들었다)”고 전했다. 남편 측은 “음란행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음란행위는 주관적으로 성적인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의 음란성에 대한 의미의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며 “CCTV를 보면 피고인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도 이런 음란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