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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CES 사로잡은 ‘농슬라’

해마다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참가해 미래사회를 선도할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행사로 유명하다.

지난 1월 2400개가 넘는 전시가 선보인 ‘CES 2023’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기업 중 하나는 미국 농기계업체 존디어(John Deere)였다. 올해 CES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로 ‘로봇 분야 최우수 혁신상’도 받았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인공지능과 GPS 등을 활용해 농작물에 최적의 성장환경을 제공하며 운전자 없이 24시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한 자율주행 트랙터의 모습은 많은 관람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씨앗을 정확한 위치에 심고 센서와 로봇을 활용해 필요한 양만큼의 비료를 사용한다. 시각장치를 통해 농지를 스캔하고 잡초가 있는 곳에만 제초제를 뿌리는데 기존 사용량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필요한 최소한의 비료와 농약을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생산비를 줄이고 탄소배출 절감, 토양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유엔은 2050년 세계인구가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100억명을 먹여살리기 위해 식량생산이 인구증가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토지는 유한할 뿐만 아니라 가뭄과 사막화로 인해 훼손되는 면적이 늘고 있다. 농촌 노동력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탄소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위기로 인해 생산성은 하락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이 위협받고 있다.

존디어의 CEO 존 메이는 “기술만이 이러한 도전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말대로 존디어는 더는 단순한 농기계 제조회사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로봇기술을 선도하는 회사이자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다. 농기계 분야의 테슬라라는 뜻으로 ‘농슬라’라고 불릴 정도다. 186년 전 쟁기를 팔던 회사가 이제는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농기계 산업 글로벌 동향과 한국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농기계산업시장 규모는 연간 157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조원에 이르며 해마다 5%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존디어, AGCO를 비롯해 유럽의 CNH, 일본의 구보다 등 상위 4개 기업이 세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농기계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조3000억원으로, 세계시장의 1% 수준이다.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1.7%에 그쳤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농업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농사는 더는 사람의 경험과 노력만으로 짓는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 머신러닝 등이 결합한 첨단 기술산업으로 농업이 진화하고 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국내 농림식품 과학기술 수준이 해외 최고 기술 보유국에 비해 3년 가까이 뒤처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기에 자칫 기술격차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지금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도 따라잡기 힘들지 모른다. 한국판 존디어, 한국형 농슬라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첨단 농업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투자, 지원이 시급하다. 농업은 첨단기술의 각축장이자 식량안보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이 첨단기술 전쟁에서 뒤처지면 우리 미래세대의 먹거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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