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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곡물 공급망 초토화...韓경제 ‘더 깊은 상처’ [러-우크라 전쟁 1년…국내경제 파장은]
작년 한해 석유류 물가 22.2% 급등
곡물가 상승→가공식품 물가 부채질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16일(현지시간) 동북부 하르키우에서 열린 동료 장례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

오는 24일로 1년을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및 곡물가가 급등하며 물가를 한단계 끌어올려 민생경제는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초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를 기록해 경제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며 인플레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로 인해 관련 에너지 기업의 적자가 누적돼 요금을 계속 억제하기도 힘든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또 수출 촉진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20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경제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전분기대비 -0.4%)하는 등 침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물가는 지난해 중반 이후 5%대 고공행진을 지속해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의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통계포털(KOSIS)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가 새해 첫 달부터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하며 고물가를 주도하고 있다. 1월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동월비는 28.3%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23.2%)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전기료는 1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9.5% 상승했다. 전기료 물가 상승폭이 30%를 상회한 시기는 1981년 1월(36.6%)밖에 없다. 1981년은 ‘2차 석유파동(1978~1980년)’이 있었던 해다. 석유류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2차 생산물인 공공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5.1%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인데,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석유류 물가는 22.2% 올라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밀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이면서 곡물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2020년 98.1이었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2021년 125.7로 올라섰고 지난해 143.7까지 뛰었다. 올해 1월 기준 식량가격지수는 131.2로 다소 낮아졌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곡물 가격 상승은 외식·가공식품 물가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추가적 물가 상방압력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무역수지도 비슷한 형상이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7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 규모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16.9% 늘어난 225억8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원유(44.9%), 가스(86.6%) 등이 수입액 증가를 이끌었다.

물가가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 않으면 금리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고물가-고금리는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쳐 수출 감소와 함께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금으로선 물가 안정에 최대 방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민생경제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태다. 또 에너지 등 공공요금을 시장원리에 맞게 인상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고물가로 민심이 불안해지자 인상 시점을 늦추기로 하는 등 ‘딜레마’에 빠져 있다.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정부에도 난해한 과제를 남기고 있는 셈이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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