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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기후 지구…나이지리아는 죽고, 핀란드는 산다 [연구]
사람은 더위보다 추위에 약해
20년간 0.5℃ 상승에 65만명 덜 죽어
지구온난화는 인간에 이롭다?
연구, “죽는 사람 따로, 사는 사람 따로”
지난 2021년 7월 기록적 폭우가 덮친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등에 업은 채 물이 가득 찬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랭 질환 등으로 죽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지만, 한 꺼풀만 더 파고 들어가면, 추운 북반구의 부유한 나라에선 사람이 덜 죽지만, 이미 더운 지역의 가난한 나라에선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국제 학술지 랜싯플래니터리헬스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의 기후 변화와 더위와 추위에 따른 사망자 수를 연구한 결과를 실었다. 20년 동안 지구가 평균 화씨 0.9도(섭씨 0.5도) 더워지면서 추위로 죽을 수도 있었던 사람 65만명이 ‘덜’ 죽었다고 밝혔다.

세상엔 열사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혹한기에 체온이 떨어져 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지구온난화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이로운 변화가 아닌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하지만 연구는 지구온난화로 살아남는 사람이 누구인지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지목했다. 즉, 지구상의 인류 중 특정 부류의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이미 추운 지역이자 동시에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서 각종 보호장비를 곧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덥고 빈곤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평균기온이 조금 올라가는 것은 곧 재앙이 된다. 그들은 마음 먹는 즉시 에어컨 등의 장비를 집에 들여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지난해 11월 분기별 경제학 저널에 실린 연구도 유사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WP에 따르면 이 연구에서는 미래 장기적으로도 기후 변화와 사망률의 관계는 과거, 현재와 동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며 극단이 평균을 유지하는 모양새라는 점은 숨기지 않았다. 랜싯플래니터리헬스 연구와 마찬가지로 춥고 부유한 나라는 이겨내고, 덥고 가난한 나라들은 고통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가장 덥고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인 나이지리아는 기후와 연관된 사망률이 가장 크게 치솟을 것으로 지목됐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추위로 죽는 사람이 가장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WP는 이미 작년 여름에 미국 시애틀 지역의 폭염을 보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록적인 더위가 찾아왔을 때, 시애틀 당국은 노숙자들에게 시원한 보호소를 제공했고, 물 사용량이 늘어날 것을 예측해서 미리 비축해뒀다. 그리고 시애틀 전역에서 에어컨은 날개가 달린 듯 팔렸다.

부자 나라 미국의 첨단 도시 시애틀은 이렇게 더위에 잘 ‘적응’했다. 그런데 적응이란 무엇일까.

앤드류 데슬러 텍사스 A&M 대학교 기후과학 교수는 “적응이란 우리가 자고 있을 때 유니콘과 엘프들이 나타나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며 “적응은 정책의 덕을 봐야하고, 정책은 돈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금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하며 그저 고통 받게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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