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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기 불안에 수출 위기 심화…韓 수출 전략 근본 재검토 필요
[러-우크라 전쟁 1년]
전쟁 발발 다음달인 지난해 3월부터 무역적자 지속…에너지값 급등여파
韓 제품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2019년부터 2%대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관련해 수출입업계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발발한 지 오는 24일로 1년이 되는 가운데 올해 경제의 버팀목을 해왔던 수출은 세계 경기불안 여파로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에너지 수입 탓에 무역적자는 관련통계작성을 시작한 1956년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든든한 주춧돌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마저크게 흔들리면서 무역적자 폭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 15대 수출 품목 중 7개 품목의 연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올해 수출 전선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41일간 누적된 무역수지는 176억2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무역적자 규모가 126억89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후 50억달러가량이 이달들어 늘어난 것이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5억달러)의 37%에 해당하는 적자를 42일간에 기록한 셈이다.

무역수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달인 작년 3월부터 11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에너지원 수입액이 급증한 여파로 분석된다. 이달 1~10일 3대 에너지원인 원유(34억5100만달러), 가스(23억1300만달러), 석탄(8억7200만달러)의 합계 수입액은 66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억6400만달러)보다 59.4% 증가한 것이다.

또 우리 수출은 반도체와 중국 시장이 부진하면서 역성장 중 이다. 작년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월 수출액은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본격화했다. 8월부터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면서 29.0%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재작년보다 증가폭이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 11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9% 감소했던 반도체 수출은 12월에도 29.1% 줄었다. 이는 K-반도체의 대표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영향이다. D램 고정가는 5∼6월 3.35달러에서 10∼12월 2.21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재작년에 50%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석유화학 제품은 작년 수출액이 1.5% 줄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이 상승하고, 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된 영향이다. 철강(384억6000만달러)도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쪼그라들더니 결국 9월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재작년에 36.9% 성장했던 철강 제품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디스플레이(-1.1%), 선박(-20.8%), 무선통신기기(-10.4%)도 연간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외도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기반이 세계 흐름에 맞게 개선되지 못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9년 2%대로 하락한 뒤 지난해까지 3%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협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3.05%에서 2019년 2.85%로 떨어진 뒤 2020년 2.90%, 2021년 2.89%를 기록하며 3%대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전년 대비 0.06%포인트 더 하락한 2.83%였다. 주요 국가의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해 중국(-6.9%), 일본(-4.6%), 독일(-1.9%) 등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무협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경기 악화의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올해 1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44.5% 줄면서 총수출 감소액의 절반(52.4%)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 감소 폭은 주요 수출국 중에서도 가장 컸다. 지난해 11월 기준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일본 10.2%, 대만 3.9%로 한국(36.5%)보다 낮았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인한 수출산업 기반 약화가 꼽혔다. 2017년까지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 금액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금액 대비 2배가량 많았지만, 2021년 6배, 지난해 1∼3분기 8.3배로 폭증했다는 점을 들었다. 국내 시장이 외국인에게 점차 매력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주 52시간제와 파견·대체근로 불법화,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노동경직성이 확대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의 입지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국회의 지원 필요성도 강조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인세 인하, 세액공제 감면 등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공장 투자금액의 최대 30%를 세액공제해주고,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원자재를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 등 혜택을 준다. 한편 무협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이 각각 4.0%, 8.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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