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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돈잔치’ 견인한 기업대출…연체율 수직상승에 ‘빚시름’만 깊어진다[머니뭐니]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금리 시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대출 수요를 통해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것은 기업들이었다. 고금리에 ‘빚 다이어트’를 시작하던 개인들과 달리, 경기부진을 마주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줄지 않은 덕분이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급등하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연체율 회복 가능성에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에도…기업대출 급증이 ‘역대급 실적’ 견인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기업대출 규모는 총 61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평균 10.7%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규모는 평균 2.65%가량 역성장하며, 4개 은행 모두 기업 부문을 필두로 총여신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부문이 지난해 달성한 역대급 실적의 ‘1등 공신’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회사채 시장 위축과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며, 자금조달 수요가 급증한 기업들이 은행에 몰린 영향이 크다. 이와 반대로 높은 이자에 부담을 느낀 개인들이 ‘빚 다이어트’에 돌입하며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올해도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며 가계대출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위주의 여신성장을 계획하는 이유다. 기업 수요도 이를 뒷받침 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회사채 시장 경색 현상은 다소 해소됐지만,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자금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제외) 잔액은 약 394조원으로, 약 한 달 만에 5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년 만에 연체율 급증…부실 우려는 줄지 않아

관건은 연체율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도 잠잠했던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28%로 지난해 6월(0.20%)과 비교해 0.08%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의 경우 같은 기간 0.15%에서 0.24%로 0.09%p의 더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부채를 늘려 영업을 지속하던 소규모 기업들이 급증하는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5.76%로 같은 해 1월(3.52%)에 비해 약 2.2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67조원가량 늘었다.

서울 중구 명동의 빈 상가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연체율 악화에 따른 부실 우려가 가중되자, 정부와 은행권은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약 84조원 규모의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5대 시중은행은 이자경감, 신규자금 공급 유지 등의 내용을 담은 4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등을 필두로 한 연체율 악화 및 부실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경기회복 신호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는 69로 2020년 9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이 돋보이는데,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의 특성상 차주의 신용 위험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기업대출의 비중이 높아진 현 상황을 비추어볼 때, 금융권 전반에서 연체율 관리에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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