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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빌리티 전쟁 본격화...은행, 생존 위한 몸부림
이자수익만으론 안된다는 절박함
디지털 금융 확산에 영역 파괴
당국도 금산분리 완화 시도 무게

배달서비스 ‘땡겨요’로 디지털금융혁신을 일으킨 신한은행이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금융권이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은행을 넘어 일상 생활을 공유하는 플랫폼, 즉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보이지않는 은행)’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최근 정부가 이자장사·돈잔치로 연일 은행들의 이자수익 모델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혁신을 통한 비이자수익을 키우려는 은행들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배달 이어 모빌리티 잡는 금융, 교육·부동산도...생활 속으로 진입=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모빌리티를 시작으로 교육, 부동산, 페이, 금융플랫폼 등 분야별로 인수 및 투자 리스트를 정리해 사별로 접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재적 성격’으로 명명했던 은행과 통신사 간 협업은 일찌감치부터 이뤄져 왔다. 신한은행은 KT와 지분교환을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SKT와 지분교환을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LG유플러스와 디지털 사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의 역작 중 하나로 꼽히는 배달앱 ‘땡겨요’는 1년새 가맹점수 6만을 돌파하며, 금융혁신의 대표 사례로 일컬어진다. 이 연장선상에서 신한은행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투자 및 제휴 관련해 진일보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보다 앞서 국민은행은 일찌감치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원을 투자해 4대 주주에 올랐다. 2021년 10월 토스는 타다를 인수한 뒤, 최근에는 알뜰폰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은행들이 모빌리티에 눈길을 돌린 것은 금융과의 시너지 연계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활에 가장 밀접한 분야인데다 고객들의 이용빈도도 압도적으로 높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용자들의 소액대출 등 금융상품 개발이나 결제를 통한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이고, 지주 계열사의 보험상품 확대 혹은 캐피털의 자동차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빌리티의 밸류 체인 하에 금융을 심는다고 하면 카드 결제부터 보험, 모빌리티 소속 기사 대출 및 금융상품, 심지어 이용자들의 동선 등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원했던 모든 정보가 나온다”며 “일반 사람들은 체감조차 못하겠지만, 하다못해 택시나 공항버스로 해외에 갈 때 환전을 해야하는데 환전서비스를 시작으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부가서비스마저 노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자장사 그만, 완전경쟁 체제 도입...‘본업’ 압박에 벽 허물기= 은행들이 이처럼 타 업권의 진입 시도를 하는 건 디지털 뱅킹이라는 거대한 물결과 더이상 이자수익만으로 영위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중첩된 결과다.

그간 금융당국 또한 ‘금산분리 완화’, ‘유니버설 뱅킹 도입’ 등을 통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 블러’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과감하게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들을 걷어내겠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최근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관심사에서 밀리긴 했으나,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도 금산분리 완화를 넣었을 정도로 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의 경우 지분 소유제한이 없다보니 금융사들이 타 업권에 뛰어들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핀테크나 헬스케어업체 등 IT 혁신 기업에 15% 넘게 투자할 수 없어 투자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되는 등 산업 성장이 좌초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5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과점체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타 업권의 진출을 앞당기게 하는 트리거가 되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하면서 수익을 낸 뒤 고액의 성과급,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사회적 고통을 도외시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과점 체제인 은행과 통신 산업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별도로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해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 일환으로 당국은 라이선스 세분화, 인터넷전문은행 확대,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도입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기능별로 은행 라이센스를 쪼개는 일종의 ‘스몰라이선스’를 도입해 특화은행을 활성화한다면 전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금투업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업자 인가체계를 금융기관별에서 금융기능별 인가로 바뀐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비이자수익을 늘려야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더이상 사회적 분위기나 정책방향이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통해서 벌어선 안된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느냐”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글로벌 금융과 경쟁하기 위해 타 업권 진출을 꾀하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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