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배우 유아인 씨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유 씨가 지난 2021년부터 여러 병원을 돌며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 의혹은 2년이 지난 뒤에야 나왔을까. 이유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조사 인력 때문일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 내역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되지만, 정작 이를 모니터링할 인력은 불과 10명 뿐. 연간 의료용 마약류 처방건수는 1억건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정작 시스템에 보고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까지 수 년이 걸리는 셈이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NIMS에 보고되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건수는 연간 ‘1억건’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모니터링 인력은 식약처 소속 마약관리과 6명, 유통재활TF(임시조직) 내 4명 등 총 1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NIMS에 취합된 1억건을 1차적으로 분류 후,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 진통제 오남용 등 ‘처방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경고한다. 이후 추적관찰을 통해 지속적인 오남용 처방에 대해 현장 감시 및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워낙 인력 대비 담당해야 할 건수가 많다보니 모니터링은 상시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중 식욕억제제 모니터링을 1년 전체가 아닌 특정 2개월치만 실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특정 2개월치만 조사하니 연간 총 몇 건인지도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식약처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를 위한 인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NIMS 관리 인력 등이 증원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TF 수준인 담당과를 정식으로 편제하거나, 모니터링 등 인력 증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 인력 감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배우 유아인 씨 프로포폴 수사의뢰도 지난 2년 간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잘못된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내버려둔 셈인데, 이는 인력 부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