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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18년 쓰던 통신사 해지합니다” 고물가·고금리에 ‘알뜰폰’ 러시
고물가·고금리에 통신비 부담 커져
“알뜰폰 같은 데이터도 3만원 저렴”
이통3사 경쟁 없단 지적도
한시적 데이터 무료제공 ‘미봉책’ 비판
[영상=윤병찬PD]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직장인 A씨(34)는 18년 동안 사용하던 KT를 해지하고 최근 알뜰폰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했다. A씨가 한달 통신 요금으로 지불하는 비용은 휴대전화 사용 요금 6만 2728원, 휴대전화 할부 요금 4만 4271원, 인터넷 2만원, TV 1만 8000원, 각종 부가서비스 등 총 16만원 상당. A씨는 “약정을 연장하려다 알아보니 알뜰폰은 LTE(롱텀에볼루션) 무제한 데이터 제공도 3만원이면 충분했다”며 “넷플릭스가 있으니 안 보는 TV도 끊고 이참에 통신비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 통신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 알뜰폰(MVNO)으로 갈아타는 ‘환승족’이 급증하고 있다. 1년 만에 이용자가 120만명 늘었다. 이통 3사 고가 요금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불황을 계기로 폭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3사에 ‘고통 분담’을 압박하자 내놓은 대책도 미봉책이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부터 이동통신망을 빌려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통신망 투자 및 유지 비용이 들지 않아 이통 3사보다 요금이 저렴하다.

경기난에 알뜰폰 ‘환승’

직장인 B씨(30)는 이번 달부터 1만 8000원짜리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 중이다. 2021년 8월부터 사용했던 4만 8000원짜리 SK텔레콤 온라인 요금제를 해지했다. 48만원대였던 전세 대출 이자가 지난해 11월 69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B씨는 “아낄 수 있는 비용을 찾다 보니 통신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데이터 제공량은 똑같은데 가격은 3만원이나 저렴하다. 앞으로 대형 통신사를 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30)도 업무용 휴대전화에 같은 요금제를 사용하다 지난해 12월 알뜰폰 요금제로 바꿨다. C씨는 “SK텔레콤을 오래 써서 업무용 폰도 습관적으로 같은 통신사 것을 사용했다”며 “개인폰 5G 요금제에 업무용폰 요금까지 더해지니 통신비가 10만원이 훌쩍 넘는 것이 부담됐다”고 말했다. C씨는 “돈을 아끼려 8개월 공짜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탔다”며 “알뜰폰은 각종 이벤트, 프로모션도 많은데 대형 통신사는 없다. 경쟁을 너무 안 하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알뜰폰은 2010년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짠테크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지난해 증가세가 가팔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 전체 이용자수는 2019년 12월 687만 229명, 2020년 12월 610만 5517명, 2021년 609만 2842명으로 줄었지만, 지난 12월 727만 2400명으로 급증했다. 1년 사이 118만명이 늘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통신비를 아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과기부 월별 휴대전화 가입 유형 변동 현황(신규 가입·번호 이동·기기 변경)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알뜰폰 회선으로 바꾸거나 갱신한 회선은 52만 6052개으로, SK텔레콤(48만 6984개)을 앞질렀다. 해당 수치가 무선통신 가입자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을 역전한 것은 2015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처음이다. 기존 통신사를 다시 가입하는 고정 이용자(기기 변경)가 알뜰폰으로 상당수 이탈(신규 가입·번호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윤 정부 ‘엄포’에 한시적 데이터 무료…“언 발에 오줌 누기”
서울 서대문구 알뜰폰 스퀘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통신 요금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 특허사업”이라며 “업계가 물가 안정 위한 고통 분담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통 3사가 즉각 한시적 데이터 무료 제공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생색용’이라는 비판이 높다. SK텔레콤과 KT는 3월 30GB 추가 제공, LG유플러스는 요금제별 데이터 2배를 내놨다.

A씨는 “데이터 무제한 고가 요금제 위주로 선택지를 좁혀놓고 ‘고통 분담’이라며 데이터를 더 준다니 황당한 대책”이라며 “비싼 요금제는 손도 보지 않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 D씨(62)는 “통신비는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한 달에 수만원씩 따박따박 내는데 그동안 상생정신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요금제를 다양화하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지난해 내놓은 ‘중간 요금제’가 통신비 절감에 실효성이 없어 불만이 더 커졌다”며 “40GB(기가바이트)~100GB 사이 구간별로 요금을 촘촘하게 만들어 소비자 니즈에 대응해야 한다. 통신비 감면을 위해 공급자가 진정으로 노력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중간 요금제’를 압박하자, 이통 3사는 각각 24~31GB 데이터 제공 요금제 1종과 온라인 요금제를 출시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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