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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6 때 억울하게 총 맞은 민간인…62년만에 “공권력의 인권침해” 국가 판단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진실규명
“국가가 사과하고, 피해 회복 조치 취할 것 권고”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5·16 군사정변 당시 저항세력으로 오인돼 군인들로부터 총격을 당한 민간인에 대해 국가기관이 62년만에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오른 무릎에 총상을 입은 채 평생을 살아온 피해자가 뒤늦게나마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사건과 관련 “국가가 민간인이었던 피해자에게 총상을 입힌 점에 대해 사과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961년 5월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주변의 다방에서 근무하던 피해자 조모(1941년생, 당시 20세)씨가 새벽 6시께 총소리를 듣고 놀라 친구들과 피난을 가기 위해 숙소를 나오던 중 발생했다. 5·16 군사정변 세력의 군인들이 조씨와 친구들을 저항세력으로 오인하고 사격을 가한 것이다. 이에 조씨는 오른쪽 무릎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게 됐고, 후유증으로 장애 4급 판정을 받아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진실화해위는 작년 1월 이 사건의 조사개시를 결정하고, 피해자가 민간임임에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총상을 입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각종 자료 및 사건 당시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친구 등 참고인 진술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진실화해위는 “5·16 당시 군사정변에 가담한 해병대와 공수단은 새벽 4시경 서울 시내로 진입해 남산 소재 중앙방송국을 점령하는 등 서울 일원을 완전히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나던 피해자에 대해 발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진실화해위가 입수한 1962년 9월 20일 수도육군병원의 병원장 명의 확인서에 “상기자는 5. 16 군사혁명시 을지로입구에서 부상당하여 대학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1961년 5월 19일 당 병원에 4차의 수술을 받고 1962년 4월 27일 시립중부병원으로 재후송시까지 당병원에서 입원가료한 사실을 증명함”이라고 기재돼있던 것을 확인했다.

5·16 군사정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술한 한국군사혁명사(국가재건최고회의 발행) 자료도 참고했다. 진실화해위는 “한국군사혁명사에는 당시 군사정변 세력의 이동경로가 ‘당일 새벽 4시 이후 서울 소공동, 서울역, 남산 부근 지점’이 기술돼있다”며 “신청인이 주장하는 총상 피해 일시·장소와 유사함에 따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총상을 입은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목격자들을 통해 피해자가 과거에 총상을 입었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진술을 청취해 피해자가 부당한 침해를 받은 사실이 입증됐다”며 “진실화해위원회는 5·16 군사정변 당시 민간인이던 피해자가 어떠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군인으로부터 총상을 입었으며, 이는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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