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지역총사령관은…

[영상]‘제2의 젤렌스키’로 떠오른 고려사람 4세 [우크라전 1년…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총사령관 단독 인터뷰]
지난해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는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주지사 겸 지역총사령관. [EPA]

비탈리 김(Vitalii Kim·42)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지사 겸 지역총사령관은 1930년대 증조부가 구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후 우크라이나에 정착한 고려인 4세다.

미콜라이우시에서 나고 자란 김 지역총사령관은 국립 마라코프조선(造船)대학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엔터테인먼트사업을 경영하던 그는 2019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 종’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주지사로 발탁됐다. 그는 아내 율리아와의 사이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외에도 영어와 프랑스어, 한국어도 구사한다. 아버지로부터 태권도를 배워 검은띠 유단자다. 아버지는 구소련 청소년올림픽 농구선수 출신으로, 태권도사범 자격증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그를 ‘제2의 젤렌스키’로 부른다. 직접 총을 들고 최전선을 지키는 모습이 코미디언 출신으로 전쟁의 포화에서 국가를 지켜내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도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늘 국방색 티셔츠에 군복바지 차림이다.

러시아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개전 초기 그는 러시아군의 진입을 막으려고 미콜라이우시 전역에 타이어더미와 휘발유통, 화염병 등을 깔아뒀다. 그는 러시아군을 향해 “어느 경로로 진입하든 모든 방향에서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들어왔다가는 다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전의를 다졌다. 결국 그는 이날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며 미콜라이우시를 지켰다. 밤새 이어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300명이 넘는 러시아군을 사살하며 승리를 거뒀다. 김 지역총사령관은 텔레그램에 “미콜라이우는 우리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글을 올려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해 3월 29일 러시아군은 자신들의 진격을 결사적으로 막아낸 김 지역총사령관을 제거하기 위해 주정부청사에 로켓 공격을 퍼부었으나 그는 간발의 차로 목숨을 건졌다. 이를 두고 김 지역총사령관은 “늦잠을 자서 살 수 있었다”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남부 핵심 요충지인 미콜라이우주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공로를 인정해 김 지역총사령관과 올렉산트르 센케비치 미콜라이우시장,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올해 초에는 그를 민·관·군 합동작전을 이끄는 지역총사령관에 임명했다.

더타임스 등 외신은 김 지역총사령관을 전후 우크라이나를 이끌 차기 지도자로 꼽는다. 특히 뛰어난 의사소통을 가졌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선을 관리하는 틈틈이 소셜미디어에 전황을 알리고 주민의 저항의지를 북돋는 게시물을 올려 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62만명으로, 웬만한 글로벌 유명인사 못지않다. 침공 당일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은 미콜라이우주 인구 80%에 가까운 80만명이 구독하기도 했다.

다만 김 지역총사령관은 자신의 향후 정치계획을 세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전쟁에서 승리해야 향후 정치일정도 있지 않겠냐”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