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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참상 눈으로 직접 봐야…韓 연락사무소 개설 원해” [우크라전 1년…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총사령관 단독 인터뷰]
미콜라이우, 오데사-헤르손 잇는 요충지
“러시아, 우크라인 좌절시키려 민간인 공격”
서방 무기지원 속도에 전쟁기간 달라질듯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는 지난 2일 늦은 밤 본사 스튜디오에서 화상을 통해 비탈리 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지사 겸 지역총사령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탈리 김이 있는 위치가 사전에 노출될 경우 러시아군이 폭격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어서, 헤럴드는 화상 연결 방식을 인터뷰 시작 30분 전에 비탈리 김 지역총사령관 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 박해묵 기자

“우리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하고 있다. 국민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승리하고자 한다.”

비탈리 김(Vitalii Kim)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주지사 겸 지역총사령관은 지난 1년을 러시아의 공세가 퍼붓는 최전선에서 전장을 지켜왔다. 그는 국민을 지킨다는 ‘선의의 명분이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승전이 가능하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가 지난 2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미콜라이우의 상황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김 지역총사령관은 “전선이 교착된 이후 러시아는 매주 또는 10일마다 각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있고 그때마다 민간인이 사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떻게 민간인을 공격하는지 모르겠다며 “매우 나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지역과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시민이 화를 내고 좌절하게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테러리스트처럼 (망가지게) 행동하도록 일부러 도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수세로 몰린 지난해 여름 이후 특히 우크라이나 곳곳의 에너지 인프라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콜라이우주의 피우데투크라이스크 원전도 미사일과 로켓 공격을 받았다. 미콜라이우 도심 곳곳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수시로 단전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개전 1주년이 다가온 최근에는 전방위적인 공세를 준비하며 미콜라이우를 중심으로 한 동남부지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더 강화했다. 미콜라이우시에서는 이란제 사헤드 드론이 발견됐는데 러시아는 이 드론을 6000대 이상 생산할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전체 전선 중에서도 비탈리 김 지역총사령관이 지키는 미콜라이우지역을 끈질기게 공략하는 것은 이곳이 여러모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구 50만명의 미콜라이우는 남쪽의 헤르손으로 진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후방 거점 역할을 하는 전락적 요충지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펼쳐 헤르손을 수복한 이후부터는 2014년 러시아가 강압적으로 합병한 크름반도를 회복하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군용차량을 타고 전선을 지휘하고 있는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주지사 겸 지역총사령관. [비탈리 김 인스타그램]

주도 미콜라이우시는 남부크강과 인훌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주요 항구도시로, 조선산업이 발달해 있으며 세계의 곡창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이 집결해 수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콜라이우시가 점령될 경우 러시아군은 또 다른 주요 항구도시인 오데사를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오데사까지 넘어갔을 경우 러시아가 돈바스지역부터 자포리자, 헤르손, 미콜라이우, 오데사까지 우크라이나의 연안지역을 모두 점령하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내륙국가로 전락한다.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름반도를 비롯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전역을 수복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라고 규정하고 반격을 위해 서방 지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김 지역총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점령한 킨부른반도지역을 공략해 모두 회복한 상황이다. 그는 “전 세계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이 들어오고 있고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현재 최전선의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무기와 탄약”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일매일 발생하는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면서 “전쟁이 2~3년을 끌지, 2~3개월 만에 끝날지는 우크라이나가 가진 무기의 양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서방의 광범위하고 빠른 무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논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군이나 외교부 차원에서 진행될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한국은 훌륭한 무기가 있고 통신 시스템과 레이더를 생산하는 국가인 만큼 (한국이) 원할 경우 우리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에 대해 묻자 그는 ‘고려인’이라는 단어를 못 알아듣고 “고려사람?”이라고 되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와 옛 소련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을 ‘고려인’으로 통칭하지만 우크라이나어에서는 ‘고려사람’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김 지역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는 다민족·다문화 국가”라면서 “내가 이 지역의 리더이기 때문에 이 문제만은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역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 내 고려인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대학생 시절 한국과 미국에서 고려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온 선교사들을 도왔다는 그는 “눈으로 직접 보아야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여러 지역에 소규모 연락사무소를 열고 현장에서 ‘고려사람들’을 지원해 달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국민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독립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원호연 기자·코리아헤럴드 지다겸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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