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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 가격 급등에...석탄 발전소의 귀환
파키스탄, “석탄발전 4배 늘릴 것”
국가부도 날 판에...LNG 수입은 사치
중국 자본이 건립한 파키스탄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모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탈탄소’ 전략은 그들만의 리그로 남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급등과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상당수 개발도상국들이 값싼 석탄 화력 발전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13일(현지시간) “발전비용을 줄이기 위해 석탄 화력 발전 능력을 4배 늘릴 것”이라며 “앞으로 최소 몇년 간 LNG발전소는 새로 짓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꼽히는 LNG 기반의 발전소를 몇 개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문제는 발전소를 돌릴 연료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파키스탄의 연간 LNG 수입량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 전력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LNG에 의탁했던 이 나라는 작년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몇 시간에 이어지는 정전사태를 마주해야만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LNG 가격이 폭등했는데, 파키스탄은 자체적으로 국가부도 직전의 경제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단 29억달러(약 3조6685억원)로 3주간의 수입 대금을 치르면 고갈될 형편이다. 결국 연료 수입 비용을 줄여햐 하는 상황이다.

해답은 결국 석탄이었다. 쿠람 다스트기르 칸 파키스탄 에너지부 장관은 “(석탄은)저렴한 에너지 생산 비용 뿐만아니라 국내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란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NG는 더 이상 장기 계획으로 두지 않는다”며 “국내 석탄 화력 발전 용량을 현재 2.31기가와트(GW)에서 중기적으로 10GW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탄 발전소도 추가로 건립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자본의 역할이 컸다. 상하이 전기가 짓고 운영하며,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 타르(Thar Coal Block-I) 발전소는 파키스탄산 석탄으로 가동되며 1.32GW 용량으로 설계됐다. 이미 지난 7일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석탄으로 전환하려는 파키스탄처럼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전력수급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지구적으로 효과적인 탈탄소 전략을 입안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인구 14억명의 인도는 2년 전 석탄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1월 이를 번복해야 했다. 전력 수요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닫아선 안된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인도 중앙전력청(CEA)은 1월 20일 연방전력부 공무원들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2030년까지 어떤 화력(발전) 장치도 폐기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개조 및 현대화 활동을 수행한 후 장치의 가용성을 보장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도의 연간 발전량의 거의 4분의 3을 석탄이 차지하는 가운데 인도는 지난해 5월 앞으로 4년 동안 최소한 81개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발전량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강추위와 재택근무 허용 기업 증가, 위드코로나에 따른 산업활동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인도 남부의 한 전력회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최대 전력 수요가 이미 5% 증가했다. 만약 3~4% 더 증가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도 최근의 잦은 정전 사태를 겪는 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늦어도 오는 3월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겠다고 정부가 지난 8일 공약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탄소중립을 내걸고 각종 정책, 법안과 규제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한편에선 화석연료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나라들로서는 감당 가능한 방법을 찾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한편 스웨덴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돈이 없다”는 핑계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쓰여야 할 재정자원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적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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