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직 판사도 ‘압수수색 사전 심문’ 비판…“수사 본질 도외시”
“대법원 규칙 개정 재고 요청드린다” 글 게재
“압색 전 심문, 밀행성 유지되기 어렵다” 지적
“전자정보 압색 검색어 기재, 범죄대응 약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을 때 법원이 사건 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현직 판사가 공개 비판했다.

국양근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개정안은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있을 뿐 아니라 신속성과 밀행성이라는 수사의 본질을 도외시해 수사 대상자들의 증거인멸을 용이하게 할 우려가 크다“며 “개정 재고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국 판사는 “수사 대상자가 자신에 대한 수사 개시 사실을 인지하면 관련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라며 “특히나 압수수색영장 청구 및 발부는 수사 대상자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주요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보안 유지를 위해 영장집행을 담당할 수사관들에게조차 영장집행 당일 출발할 때가 돼서야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와 압수대상물을 고지하기도 한다”며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을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고지한다면 수사의 밀행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국 판사는 ‘수사의 밀행성을 위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심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대법원 설명에 대해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심문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것인지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제보자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내부고발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제보자에게 법원이 연락해서 ‘당신이 제보한 사건 관련해서 심문을 할 거니까 법정에 나오라’고 한 후 심문을 하는 게 과연 적정한가”라고 적었다.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제3자의 경우 심문 사실을 알리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의자나 변호인을 대상으로 심문을 하면 수사의 밀행성은 그냥 그 자체로 무의미해짐은 너무도 자명하다”며 “수감되어 있는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변호인을 비롯해 제3자와 접견을 할 수 있고, 접견과정에서든 아니면 우편을 통해서든 얼마든지 심문기일을 통지받은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있다”고 했다.

국 판사는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 하기 위해선 영장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대상의 기간, 필터링 조건, 파일 타입 지정 등 집행계획’ 등을 적도록 한 개정안 규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국 판사는 “범죄 혐의자들은 압수수색 특히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자신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은어나 암호 등으로 파일을 생성하고 저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마약 수사에서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가 수십 개에 이르고 수사기관의 수사에 따라 그 은어가 수시로 바뀐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활동을 제약하여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만 크게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 판사는 2012년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해 약 10년간 검사로 일하다가 2021년 10월 법관으로 임용됐다.

대법원은 3일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14일까지 외부 의견을 수렴한다. 형사소송규칙은 법률이 아니어서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개정안 부칙에 오는 6월부터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한 일정에 따라 입법예고 후 대법관회의를 거쳐 공포·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과 검찰은 물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개정 과정은 물론 시행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d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