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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 맞는 코로나학번들, 4년만의 대면식 ‘진땀 뻘뻘’
위계문화 대신 수평적 ‘새터’ 지향
음주·장기자랑 없애고 춤은 선배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학교 응원 구호를 배우고 있다. [연합]

“준비하는 친구들도 새내기배움터(새터)에 한번도 안 가봤다. 윗 학번인 21학번 선배들도 한번도 안 가봤고. 새터는 뭐랄까요, 상상 속 이야기?”

23학번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하는 ‘코로나 학번’ 중앙대 재학생 안치훈(21) 씨는 설레면서도 걱정이 많다. 대면 행사를 경험하지 못했던 안 씨가 직접 ‘상상 속 새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반인 20학번도 가본 적 없는 새터를 준비하는 만큼 할 일도 많지만 안씨는 “새터라는 대학 로망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새터가 대면 행사로 열린다. 새터를 겪지 않은 고학생들이 준비하는 새터는 과거와 다르다. 신입생 장기자랑은 사라지고, 음주강요도 없다. 기존 학생과 신입생과의 수평적인 관계 형성이 목표다.

14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은 속속 신입생·재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새터를 준비 중이다. 학교 대강당에서 대면 행사로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은 2박3일 야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5일, 10일에 이어 지난 13일 새터를 진행했다. 연세대는 오는 15일까지 교내 대강당에서, 고려대는 오는 22일 화정체육관에서 새터를 진행한다. 서강대는 오는 2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교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 등도 이달 중으로 새터를 전면 대면으로 진행한다.

연세대 생활과학대는 올해 새터에서 비음주자를 위한 ‘논(non) 알코올존’을 운영한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40년 전통의 ‘임을 위한 행진곡’ 교육을 없애기로 했다. 한양대 공대는 ‘신입생 장기자랑’이 아닌 각 학과 회장들의 춤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훈 한양대 공과대학 학생회장은 “술 강요하는 문화 절대 없다. 위계 있는 문화는 타파하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새터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새내기 모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음주 및 장기자랑 강요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데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23학번은 고등학생 시절 내내 코로나와 함께했다.

학교에 새터를 경험한 사람이 적어 준비가 쉽지 않은 면도 있다. 새터를 준비하는 재학생들조차 데면데면한 사이인 경우도 잦았다. 이재훈 씨는 “재학생끼리 잘 모르고, 새터도 가본 적 없어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정일 서울대 생활과학대 총학생회장은 “계속 비대면으로 있다가 대면으로 하려니 준비가 어렵다”며 “135명을 이끌어야 하는데 조는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빛나·김영철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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