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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홍대 노점에 ‘중국어’ 돌아왔다
중국인 주력 메뉴 게시 손님맞이
“미뤄뒀던 중국어 공부도 다시”
의료·미용업계도 매출 회복 기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어와 일본어가 적힌 메뉴판이 설치되어 있다. 중국발 입국자 단기비자가 지난 11일부터 해제되면서 명동과 홍대 앞 등 ‘유커(중국인 관광객) 메카’였던 상권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오늘 영업 시작했어요. 간판은 중국어 크게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에서 만난 이모(48)씨는 노점상 철판을 데우며 영업을 개시하고 있었다. 이씨가 판매하는 메뉴는 스테이크 꼬치. 간판에는 한국어, 영어와 함께 중국어가 쓰여 있었다. 이씨는 “관광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해 오늘부터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올해는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질 것 같아 간판도 중국어를 넣어서 뽑았다”고 했다.

중국발 입국자 단기비자가 지난 11일부터 해제된 가운데, 한때 ‘유커(중국인 관광객) 메카’였던 상권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바빠졌다. 이들은 중국어가 쓰인 간판을 새롭게 내걸거나,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를 내놓으며 ‘유커 맞이’에 한창이었다.

이날 찾은 명동길 일대엔 오후 늦은 시각부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라진 중국인 관광객들의 자리를 채우는 이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예전의 명성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명동길에서 15년째 환전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작년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긴 하지만 주말마다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코로나19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까지 6만4000명 수준이던 명동역 일일 평균 승·하차 인원은 2020년 2만명대로 급감한 뒤, 지난해엔 4만1500명대로 늘었다. 상권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평가하긴 이른 수준이다.

상인들은 날씨가 풀리는 올 3월께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출신 A씨는 지난 연말부터 노점상을 열고 말린 과일을 주력으로 팔기 시작했다. A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라 선택한 것”이라며 “아직까진 많이 팔리지 않지만 날이 풀리면 많이들 들어오지 않겠냐”고 했다.

닭꼬치를 판매하는 박모(40)씨는 “코로나19 전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중국어 회화도 능숙했는데 이젠 가물가물하다”며 “다시 중국어 회화 몇 마디씩을 외워두고 있다”고 했다. 이강수 명동복지회 총무도 “중국인 관광객은 추운 1~2월보단 3월부터 본격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기대감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성형외과 사이에선 ‘의료관광’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명동길의 한 성형외과 직원은 “작년까진 중국인 고객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일본인들만 주로 왔다”며 “주요 매출원이었던 중국인 의료관광도 올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니하오’라며 말을 거는 화장품 가게 판매원들도 눈에 띄었다. 화장품 드럭스토어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 회화가 가능한 직원들을 주로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명동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홍대 노점상 일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구매력’부터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닭꼬치와 오뎅을 판매하는 전모(42)씨는 지난해 일본인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다시 늘긴 했지만, 매출은 예전 같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전씨는 “아무래도 중국인 관광객이 통이 커서,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여러개씩, 일행들 것까지 함께 사주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관광재단 연구에 따르면 한때 인사동 등 전통 관광지를 주로 찾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은 명동, 홍대 일대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서울관광재단이 외국인 관광객 2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홍대를 방문한 이들이 97.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론 명동(77.0%)이 많았다. 인사동, 삼청동 일대를 찾은 이들은 46.1%로 절반 수준이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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