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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용인 토양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400억 걸린 보톡스 진실게임
대웅제약 본사. [대웅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경기도 용인 토양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대웅제약 측)

“우리 회사에서 퇴사해 대웅으로 간 직원이 훔쳐간 것이 명백하다.”(메디톡스 측)

제약바이오업계에 보통 보톡스(미국 엘러간사의 상품명)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어디서 확보했는가가 핵심이며, 이를 두고 업체 간 주장이 엇갈린다. 분명 누군가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고, 이 결과에 당장 400억원 소송이 걸렸다.

향후 소송 대상과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제조하는 기업은 16곳에 이른다. 대부분이 보톡스 균주 확보의 진실게임에 휘말릴 수 있는 후보군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가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두 균주의 출처를 동일하게 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디톡스가 대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회사 퇴사자인 A씨가 균주를 반출해 대웅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웅은 해당 균주는 경기도 용인의 한 토양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회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다툼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메디톡스는 A씨와 관련해 형사소송 및 대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ITC(국제무역위원회)까지 가며 분쟁 규모가 확산됐다.

메디톡스 본사. [메디톡스 제공]

이번 재판은 소송 7년 만에 나온 첫 결과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넘기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도록 판결했다. 아울러 대웅제약과 대웅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제조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총 400억원도 지급하라고 했다.

대웅이 입을 타격은 심각하다. 1심 판결에 따른다면 대웅은 자사 보툴리눔 톡신제품인 ‘나보타’를 제조 및 판매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출시된 나보타는 2019년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획득했다. 2020년 500억원 매출에서 지난해엔 1480억원까지 매출을 늘렸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해 대웅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효자상품이다.

1심 판결에 대웅 측은 즉시 “이번 판결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즉각 강제집행정지 신청 및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심도 쏠리고 있다. 당장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인 휴젤에 이목이 쏠린다. 휴젤 측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당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시점과 경위, 제조 공정 등이 문제가 없음은 분명하다”며 두 회사 간 소송은 우리와 관련 없다고 공장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는 휴젤 역시 자사 균주를 도용한 것으로 보고 휴젤을 ITC에 제소한 상태다. 휴젤은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 제품. [대웅제약 제공]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제품. [연합]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사업을 하는 곳은 이외에도 휴온스, 종근당, 파마리서치코리아, 제테마 등이 있다. 이 중 균주 출처가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진 곳은 메디톡스와 제테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미 메디톡스는 추가 법적 공방까지 예고한 상태다. 메디톡스는 판결 이후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 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균주 관련 소송이 다른 기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균주만 확보하면 꾸준히 제품 생산이 가능한 것이 보툴리눔 톡신”이라며 “높은 영업이익률도 올릴 수 있는데 미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은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국내 시장은 올해 2000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전 세계 시장은 오는 2026년 1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번 두 회사 간 소송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서로의 입장을 굽히고 있지 않은 만큼 최종 3심까지 갈 확률이 크다. 1심 판결까지 7년이 걸린 만큼 최종 판결까지는 앞으로 5~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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