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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선 단 6개월, 한국은 6년이나…‘느림보’ 나라에 투자하겠나 [속 터지는 반도체]
삼성 美 테일러 공장 발표 4개월만 착공
두달만에 시의회 조례 통과 등 신속 행정
용인 클러스터 착공까지 행정 절차 지연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김민지·김지헌 기자] ‘6개월 vs. 6년(72개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및 TSMC의 반도체 공장(팹)과 한국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 예정인 SK하이닉스 용인 팹이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한 수치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계획 발표 후 착공까지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72개월이 걸린다. 이것마저 현재 기준으로는 예정된 일정이다.

한국에서 반도체 팹 하나를 짓는데 6년이 걸리는 사이 글로벌 주요국들은 반도체 공급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팹을 짓는데 걸리는 속도가 곧 ‘시장 경쟁력’이라며 발빠른 대응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행정 절차 완료까지 ‘2개월 vs. 2년’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로운 미국 파운드리 팹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부터 약 2개월 만에 테일러 시의회는 관련 조례를 의결하고 통과시켰다. 신속한 행정절차가 큰 원동력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테일러 공장은 ‘2022년 착공·2024년 하반기 제품 양산 돌입’이라는 당초 계획에 맞춰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축 현장을 찾아 “테일러시의 공사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면 팹(공장)이 완공되고 내년이면 그곳에서 미국 땅에서 최고 선단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지난 8월 삼성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부지 모습 [테일러시 정부 홈페이지 캡처]

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착공은 단계마다 ‘가시밭길’이었다. 착공을 위한 행정적 절차 완료까지 무려 2년이 소요됐다. 2019년 2월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새로운 팹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계획 승인된 건 2021년 3월이다. 지자체 간 갈등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 지연, 수도권 규제완화 예외 사례 심의 등이 승인을 지연시켰다. 애초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승인까지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2년이 걸렸다. 이후 토지 보상 및 용수 공급 시설 확충 협의에도 갈등이 생겨 SK하이닉스 팹 착공 예정 시기는 기존 2022년에서 2025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일본·대만서도 빠르면 6개월 만에 착공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의 상황은 한국과 상반된다. 일례로 현재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대만 TSMC 공장은 2021년 10월 공식 발표된 후 2022년 4월에 팹 건설이 시작됐다. 특히, 빠른 팹 착공이 가능하도록 구마모토현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 공장 부지를 조성했다.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싱가포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3위 업체 대만 UMC는 2022년 2월 이사회에서 싱가포르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증설할 것을 결정했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5월 신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에 나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발목을 잡았던 환경영향평가도 대만에서는 약 3개월만에 해결이 됐다. 지난 9일 대만 행정원 환경보호서(EPA)는 TSMC의 2나노 공장 건설 계획이 포함된 ‘중부과학단지 타이중 단지 확장건설 2기 개발계획’의 환경영향평가를 최종 통과시켰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지연 우려가 나왔을 때 대만 정부는 약 1조8300억원(450억대만달러)을 쏟아 부지 조성을 마치고 TSMC 등 기업에 넘기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건설 중인 TSMC 건물 [유튜브 캡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도 지난 2020년 5월 공식 발표 후 같은해 11월 애리조나주 시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듬해 6월 착공에 들어갔다.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3월 신설 팹 증설 계획이 발표됐고, 9월 말 착공에 들어갔다. 6개월 만에 행정적 절차를 모두 마쳤다.

“글로벌 사례, 반도체 팹 발표→착공 통상 2년 걸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외의 경우 팹 설립 계획이 발표된 후 1~2년 안에는 착공에 들어가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전무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정부 인허가 절차가 이 정도로 복잡하고, 또 길어지는 건 전세계에서 한국 뿐”이라며 “지리적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정부에서 직접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마련해주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지리적·상황적 차이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테일러 공장은 이미 산업단지 및 인프라가 구축됐던 곳에 팹 인허가 및 건설만 진행하면 됐던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산업단지 조성부터 인허가가 필요했고, 수도권 과밀 문제 및 토지 보상 문제 등 해결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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